- 납품업체 불안 … 자사상품권 사용 막혀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전격 신청(국제신문 5일 자 3면 보도)하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MBK가 막대한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해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 데 대해 ‘기업 사냥꾼의 먹튀 본색을 드러냈다’는 거센 비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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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제구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전경. 이원준 기자 |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7조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홈플러스의 기존 차입금 1조2000억 원 승계를 제외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6조 원이었다.
인수 비용의 절반에 달하는 3조1000억 원(홈플러스 기존 차입금 중 상환액 2000억 원 포함)을 홈플러스 주식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받아 조달했고 2조4000억 원은 블라인드 펀드로 끌어들였다. 나머지 700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충당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모두 가진 주식이다. MBK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상환전환우선주를 매개로 6000억 원 안팎을 투자받았다.
당시 시장에서는 전체 인수대금의 절반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하는 것은 과도하고 위험 부담도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MBK는 유통 시장이 온라인 쪽으로 기우는 가운데 차입금 이자 부담마저 커지자 알짜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MBK 인수 이후 부산 가야점 등 폐점 점포 14개를 포함해 영업 종료를 앞둔 점포는 총 25개에 달한다. 대형마트는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줄었다.
알짜 점포를 팔아치우면서 홈플러스 매출은 급감했고 수익성은 악화됐다. MBK 인수 당시 7조9334억 원(2016회계연도)에 달하던 매출액은 6조9315억 원(2023회계연도)으로 12.6% 감소했다. 3209억 원(2016회계연도)이던 영업이익 흑자도 급격히 빠져 1335억 원 적자(2021회계연도)로 전환했고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개 회계연도 합산 영업손실액만 5931억 원이다. MBK가 홈플러스 자산을 팔아 갚은 인수 차입금은 대략 4조여 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홈플러스는 지난달까지도 기업어음(CP)을 발행, 개인투자자 등을 상대로 판매해 논란을 불렀다.
홈플러스 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며 비판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 대신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더는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인한 후폭풍도 크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중소업자들은 행여나 대금을 떼일까 우려가 크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신라면세점과 CJ푸드빌(뚜레쥬르와 빕스, 더플레이스), 영화관 CGV,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 엔터식스가 상품권 사용 중단을 공지했다. 이 외에 신라호텔과 신라스테이, HDC아이파크몰은 사용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인 만큼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MBK 차원의 자구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