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 무순위 청약 물량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주택이 꼭 필요한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아파트 견본주택을 살피는 내방객들.

11일 국토교통부는 무순위 청약 방식을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부양가족의 실거주 여부를 더욱 실효적으로 확인, 위장전입 유인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서류 확인 절차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무순위 청약은 본 청약에서 모집 가구에 비해 청약자가 모자라거나 부정 청약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당첨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로또 청약’, ‘줍줍’ 등으로 불린다. 거기에다 국내에 거주하는 성년이라면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과열 양상이 빚어지면서 실수요자가 배제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 무순위 청약 때는 1가구 모집에 294만4780명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국토부는 무순위 신청 자격을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또 지자체가 지역별 여건과 분양 상황 등에 맞게 거주지역 요건을 탄력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부산의 경우 시세 차익이나 분양 경쟁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서는 지자체장이 신청 자격을 부산 거주자만으로 한정할 수 있다. 만약 청약 경쟁률이 낮아 미분양이 예상된다면 지역민 외 경남·울산, 또는 전국 단위 거주자로 조건을 자유롭게 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부양가족 점수 산정 때 실거주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동안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통해서만 부양가족 수를 단편적으로 확인했다. 이 때문에 정주 여건이 좋고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단지에 입주하기 위해 부양가족 수를 부풀리거나 위장전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전 직계존속(3년간) 및 30세 이상 직계비속(1년간) 등 부양가족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꼼꼼하게 분석, 실거주 여부를 살핀다.

국토부는 주택공급규칙 개정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제도를 운용할 방침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개선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청약제도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절차”라며 “청약 과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