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계약을 해주겠다며 업체에 상식 이하의 뇌물을 요구한 공무원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10일 국민권익위원회는 해양수산부 산하 지방 관청 공무원 ㄱ씨의 비리 혐의를 적발해 해수부와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 공무원은 수년간 시설 안전용품 등의 구입 발주 업무를 맡았다. 그는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ㄴ씨가 해당 지역에서 배우자 명의로 안전용품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사실을 안 뒤 직무를 이용, 자신의 배우자 명의로 된 그랜저 승용차의 할부금을 대납하게 했다.

또 ㄱ씨는 ㄴ씨에게 계약을 밀어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배우자 생일 축하금 200만 원을 부인 통장으로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지인에게 선물로 줄 말티즈 강아지를 ㄴ씨에게 구매하게 했다. ㄱ씨의 지인은 80만 원 상당의 강아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 조사 결과, ㄱ씨는 납품업체로부터 은밀하게 뇌물을 수수하기 위해 제3의 업체까지 동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ㄱ씨는 납품업체와 결탁해 발주 가격을 원래 예정된 가격보다 더 부풀려 발주했으며 낙찰업체는 이 높아진 발주 금액만큼 제3의 업체와 거래한 것으로 위장했다. 이후 제3의 업체가 이 거래액을 ㄱ씨에게 다시 주는 수법이 동원됐다.

이명순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이번에 적발된 사안은 안전용품 발주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각종 수법을 동원해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며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그의 동료 및 그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 등이 서로 유착된 토착 비리라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익위와 해수부는 아직 본격적으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ㄱ씨의 정확한 소속 기관 및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