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민관 합동 자율운항선박’이 제대로 운항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여정이 부산에서 시작됐다. 실증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관련 세계 시장을 이끌 기술적 기반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해양수산부는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에서 ‘포스 싱가포르호’ 출항식을 개최했다. 1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인 이 선박은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체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증하는 컨테이너선이다. 규모는 길이 172m, 너비 27.4m, 높이 14.3m다. 선박은 해상화물운송업체인 팬오션이 제공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22년 4월 팬오션으로부터 수주해 건조를 마친 뒤 지난 3월 8일 울산에서 명명식을 가졌으며 같은 달 선박을 인도했다.
 |
|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체계’ 실증에 나서는 ‘포스 싱가포르호’. 해양수산부 제공
|
그동안 해수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2020년부터 한국형 자율운항 선박 체계 개발에 나섰다. 사업 기간은 2025년까지이며 160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 두 부처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자율운항선박기술개발사업 통합사업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업단은 민간 기업인 팬오션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선박 설계 단계부터 황산화물 저감장치, 선벽평형수 처리장치 등 각종 친환경 운항 체계를 탑재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으며 최근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포스 싱가포르호는 앞으로 1년 동안 한국과 동남아 항로에서 운항한다. 주요 과업은 지능 항해, 기관 자동화, 사이버 보안, 돌발상황 감지 후 안전 항해 지원 등을 비롯한 핵심기술의 통합 실증이다. 최종 목표는 선원 승선 없이 원격 제어로 움직이는 ‘자율운항 3단계’ 실현으로 정해졌다. 해수부는 실증 결과가 나오면 산·학·연·관 합동으로 세밀한 분석을 시행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논의 중인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MASS code)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안전 극대화와 탄소 배출 최소화 등을 지향점으로 삼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따라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포스 싱가포르 실증 운항은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자율운항선박 산업이 발전하면 국내 조선·기자재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이날 출항식에는 해수부와 산업부, 팬오션, 선박 관리 업체인 포스에스엠, 한국선급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송명달 해수부 차관은 “한국형 자율운항 체계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국제사회에 입증, 우리나라 해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미래 해양모빌리티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위해 정부 부처 간 유기적 협력을 지속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