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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부산 도심상권 침체

  • 이유진 기자 eeuu@kookje.co.kr
  •  |   입력 : 2024-05-23 19:41:54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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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버텨내니 고금리·고물가
- 인건비·월세에 대출도 겨우 갚아

- 상가절반 공실 남 일 같지 않지만
- 폐업 철거비용만 최대 1000만원
- 신규 대출도 어려워져 엄두 못내
- 노란우산 폐업지원 공제금 급증

“코로나19를 버티려고 받았던 대출금 이자 겨우 갚고, 가게 월세와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앞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부산진구 서면시장 일대 빈 점포. 김동하 기자
23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시장에서 15년째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임모(50대) 씨는 이렇게 푸념했다. 임 씨는 “월세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총매출의 30%는 남아야 가게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남는 게 없다”며 “코로나19 때 7000만 원 정도 대출한 이자도 겨우 갚고 있다”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자영업자가 무너진다. 팬데믹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자영업자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부산의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0.3%로 전국 평균(20.0%)보다 소폭 높았으나, 지난달 기준 18.5%로 전국 평균(19.6%)보다 떨어졌다.

실제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 수를 줄이거나 ‘1인 사장’을 자처한 가게도 많다. 팬데믹 전 부산에서 헬스장 3개를 운영했던 석모(40대) 씨는 코로나를 겪으며 2곳의 문을 닫았다. 고물가에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마지막 남은 헬스장 1곳의 회원 수도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 현재 60~70명이다. 석 씨는 “줌바 요가 등 외부강사 채용을 없애고, 직원 8명을 2명으로 감축해도 헬스장 운영이 어렵다”며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운동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고객이 점점 는다”고 걱정했다.

서면시장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장사도 안 되는데 직원 둘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며 “주변 상가에 공실이 많다. 가게를 내놔도 다들 어려우니 선뜻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금리 고물가에 상권 침체까지 덮친 서면시장 일대는 문을 연 곳과 닫은 곳의 비중이 비슷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옆 가게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는 불안이 확산한다. 하지만 이들은 “가게가 망해도 쉽게 폐업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차한 가게를 원상복구하기 위한 시설 철거비용만 규모에 따라 최소 몇 백만 원에서 1000만 원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폐업도 어느 정도의 자금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업하면 정부의 자영업자 금융지원 혜택이나 신규 대출을 받기 힘들어지는 상황도 ‘좀비 자영업자’ 양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서면 일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가 절반 이상은 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전언이다. 해운대 등 도심의 다른 상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산지역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1910건으로, 지난해 1분기(1726건) 대비 10.7% 증가했다. 2022년 1분기(1133건)와 비교하면 무려 68.6% 오른 수치다. 지난해와 2022년 1분기 대비 증가율이 전국 수치(9.5%, 53.4%)보다 높다.

부산시가 지원하는 폐업소상공인 사업정리도우미 사업은 2022년부터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2022년 사업비가 전년(5000만 원) 대비 4배인 2억 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와 올해는 소폭 줄어든 1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 지원 건수는 2022년과 지난해 각각 200건 내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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