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결산 배당금액을 놓고 고려아연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이 정면 충돌했다. 핵심 안건인 배당금액 안건에서는 최 회장 측이 이겼지만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다.

19일 오전에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모습.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제50기 정기 주총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일반 주주, 대리인, 의결권 위임기관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안건으로 상정한 배당 결의안과 정관 변경안에 대해 영풍 장 고문 측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 대결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울산에 대규모 사업장을 둔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 씨 일가가 경영한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2%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 중에 하나였던 배당안은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1호 의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참석 주주의 61.4%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캐스팅보터’였던 국민연금이 원안에 찬성했다.

주총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서스틴베스트와 ISS,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대표적인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모두 고려아연이 제시한 중간배당금 1만 원 과 기말결산배당금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찬성 권고한 바 있다.

영풍의 장 고문 측은 ‘주주권익 침해’ 논리를 앞세워 기말 결산 배당금 1만 원을 요구했지만 최 회장 측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주 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영풍 주장대로 배당금을 늘리면 환원율이 96%을 넘어서고 이렇게 되면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 이 때문에 주주들이 원안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을 했다는 게 고려아연 설명이다.

반면 주식 발행 및 배정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2-2호 의안,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은 특별결의 요건인 참석주주의 3분의 2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20일에는 영풍 주주총회도 열린다. 지난해 연결기준 1700억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데다 최근 5년 중 4년간 적자가 이어진 만큼 영풍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과 관련해 주주 환원과 주주 권익 훼손 등을 놓고 영풍과 장 씨 일가, 고려아연과 최 씨 일가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 온 만큼 영풍 주주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조 원에 육박하는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170억 원대에 불과한 영풍의 배당금 규모를 놓고 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가운데 고려아연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기치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 온 영풍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