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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금융 시작으로 디지털금융까지 특화…규제 특례 절실

금융도시 부산…변방에서 중심으로 <2> SWOT 분석해보니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4-03-03 19:15:48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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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 연계 토큰증권 만들고
- 북항까지 범위 넓혀 특구로 지정

- 대통령 전례 없는 지원 약속에도
- 중앙정부 예산 대부분 서울 집중
- 세금 감면 등 가시적 ‘당근’ 필요

- 최근 市 금융창업정책관 사직
- 정치권 입김 너무 강해선 안 돼

후발주자일수록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금융도시’ 후발주자이자 금융 기반마저 약한 부산의 거의 유일한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은 ‘규제 밭’ 위에 겨우 삽 한 자루 가지고 집을 짓고 있는 형국이다. 규제 걸림돌을 치우고 세제혜택 등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등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선결과제다. 아울러 세계 금융산업이 급변하는 지금 해양-지속가능-디지털금융을 연계하는 등 차별화된 금융 생태계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차별화된 생태계 육성이 경쟁력

지속가능 금융으로의 전환은 금융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에 위험과 기회이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산업 패러다임은 기존 산업경쟁력을 가진 선진 금융중심지일수록 강점으로 작용한다. 지속가능전환에서 강조하는 탄소중립, 인권보호 등은 재원이 뒷받침되는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자본유치가 활발할수록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금융중심지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 부산이 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려면 부산만이 할 수 있는 전문 분야로 승부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인프라와 세계적인 항만 도시의 명성을 금융산업에 연계해 특화된 전문분야로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김진건 부장은 “부산은 해양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인만큼 해양금융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지속가능 금융, 디지털 금융을 연계해 혁신금융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며 “블록체인과 해양금융을 연계해 토큰증권(STO) 선박금융 조각투자 플랫폼을 만들거나 해운 탄소금융 육성 및 디지털 연계 생태계 조성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정책 입안, 글로벌 혁신도시로 전환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 도출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에서 후발주자는 경쟁도시보다 나은 수준의 조세인센티브(세제지원)로 세계 금융시장에 다가가야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세계 금융도시로 성장한 두바이는 법인세 50년간 면제, 지분투자 상한 폐지, 현지인 고용 의무 면제 등 해외 금융기관의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뿐만 아니라 서방의 사법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는 등 사법·금융감독 체계를 독립시키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인허가·감독 권한 분산 특구 추진

부산에서는 역대급 세금 감면과 규제 특례 등이 적용되는 기회발전특구로 ‘부산금융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중심지 육성의 핵심이 규제 해소에 있는 만큼, 권한이 없는 지자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 주도의 특구 개발로 개인과 기업의 이전을 촉진하고, 민간 자본을 활용한 지역 균형발전을 꾀하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핵심 정책이다. 지자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앵커 기업’을 유치해 지역형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부산시는 포화상태인 문현금융단지를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지까지 범위를 넓히는 한편 KDB산업은행을 금융특구의 앵커기업으로 정했다.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서 추가 금융공기업의 이전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산금융특구청(가칭)을 신설해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업 관련 각종 인허가와 감독 권한을 부산으로 분산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중앙정부의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다. 올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책정된 금융중심지 관련 예산은 총 4억 원. 당장 예산만 하더라도 계속해서 쪼그라드는데, 이마저도 대부분이 서울의 금융 인프라에 집중됐다. 부산의 한 금융 전문가는 “그동안 금융위의 부산 지원은 사실상 전문인력양성 예산이 전부였다. 금감원 산하 금융중심지지원센터는 부산 직원을 겨우 1명 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금융중심지라 지정해 놓고 돌보지 않는 건 방임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에 없던 관심과 지원을 부산에 약속하고 있다.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이든 기회발전특구의 형식이든 대통령 말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적 안목 전문가에 정책 맡겨야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에 정치권은 기대야 할 대상이기도 하지만, 정무적인 입김이 세질수록 장기적으로 금융중심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한 금융 전문가는 “부산은 잘 안 되는 방향으로 정치인과 금융시장, 민간이 아주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곳”이라며 “가장 자유로운 환경 같지만 그 민낯은 뒤죽박죽, 되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갑자기 부산시를 떠난 손성은 금융창업정책관(3급)의 사직에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금융위 출신의 손 정책관은 부산 금융산업을 총괄하는 이 자리에 지난해 1월 임용됐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였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등 금융정책 추진 과정에서 추진위원회와 엇박자가 일었고, 시 내부에서 금융 전문가인 손 정책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엔 거래소 추진 담당 직원이 돌연 휴직하기도 했다. 손 정책관뿐만 아니라 시 내부에 무력감이 퍼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손 정책관이 오면서 금융위와 자리를 마련하거나 직접 찾아가는 등 가교 역할을 하고 물꼬를 터줬다”며 “시 임기가 끝나면 다시 금융위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그 사이좋은 자리가 제안 와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중 금융위에서 후임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 정책관은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신임 사업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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