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줘야 하는 전세금 보증사고액이 올해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9657억 원(사고 건수 1만7700건)으로 집계됐다. HUG의 당초 예상치인 3조8000억 원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사고액은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사고액(1조1726억 원)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HUG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에는 전세 보증사고액이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1~11월 세입자에게 내준 돈인 대위변제액 규모는 3조1227억 원으로 파악됐다.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 원이었으나 이후에는 2019년 2837억 원, 2020년 4415억 원, 2021년 5041억 원, 2022년 9241억 원 등으로 5년 사이에 54배가 늘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기업인 HUG가 대위변제한 뒤 집주인으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다른 보증 사업에서 얻은 이익으로 충당하는 점을 거론하며 더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 세금이 무책임한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투자하는 방식)를 한 임대인과 전세사기를 저지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지난 10월 5일 부산지법 앞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한편 일부에서는 오는 28일께로 예정된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대상자가 생각보다 적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HUG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다주택 채무자는 9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378명이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준 뒤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 이내 2건 이상이며 액수가 2억 원 이상, 전세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1억 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있는 집주인이 명단 공개 대상이다. 악성 임대인이 이름을 공개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관련 법은 지난 9월 29일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 1건 이상, 미반환 전세금 규모 2억 원 이상이라는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므로 현재로서는 명단 공개가 가능한 악성 임대인이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의가 아니라 경제난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집주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2개월의 소명 기간을 두고 있어, 이런 점을 고려하면 1차 명단 공개 대상은 5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HUG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지난해의 233명보다 62% 늘었다. 이들이 낸 보증사고 규모는 2조830억 원이다. 1만304세대가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