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와인문화와 음식 주제
- 음식과의 조화 이뤄져야 좋아
- 지식보단 감각으로 느끼길 당부

“와인은 소리로 마십니다. 와인을 따르는 소리, 와인을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 그리고 함께 듣는 음악이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소믈리에과정 책임교수가 와인을 즐기는 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민재 프리랜서

지난 15일 오후 롯데호텔 부산 3층 펄룸에서 열린 국제아카데미 20기 22주 차 강연에 나선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와인소믈리에과정 책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글로벌 와인 문화와 음식’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현재 이탈리아와인생산자협회 심사위원과 몰도바와인 앰배서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는 와인 전문가다. 유럽와인 전문 수입사 ‘아베크 와인’ 대표이자 와인 웹매거진 ‘더 센트’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2021년 와인 에세이 ’잔을 흔들면 와인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을 발간했으며, 2019년부터 지금까지 국제신문에 와인 칼럼 ‘최태호의 와인 한 잔’도 연재 중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와인과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최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영국 가수 ‘에드 시런’이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부른 노래 ‘Perfect Symphony’를 들려줬다.

두 사람의 완벽한 하모니처럼 와인도 음악 음식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음악은 우리가 느끼는 와인의 맛을 변화시킬 수 있다.’ 또 그는 영국의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 제임스 존의 말을 인용하며 “와인은 소리로 맡는다”고 말했다.

특히 와인에 대한 지식보다 와인을 일상에서 오감으로 온전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악 미술 영화 뮤지컬과 함께 와인을 즐기면 눈·코·입·귀가 풍요로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다음으로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을 틀었다.

이어 영화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사이드웨이’ ‘포도밭의 후계자’의 한 장면들을 차례대로 보여줬다. 모두 등장인물들이 와인잔에 코를 대고 향을 맡는 장면이었다.

최 교수는 “영화의 장면처럼 와인잔에 코를 대고 향을 느껴 보라”며 “향을 함께 맡고, 와인을 마시며 한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눈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에 대해 표현할 때도 자신의 느낌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한 느낌의 와인을 맛봤을 때는 진한 색채로 그려낸 ‘뭉크의 절규’와 같다고 표현할 수 있고, 와인이 친구나 지인과 닮았다고 비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와인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마시는지에 따라 맛이 다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다양하게 경험해 봐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감정적인 온도를 맞추는 배려와 와인을 즐기는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곡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듯, 와인도 누구와 어떻게 마시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벨기에 가수가 부른 ‘휘트니 휴스턴’의 ‘One Moment in Time’을 들려주고 강연을 마쳤다. 이후 와인과 어울리는 건배사를 묻는 질문에 최 교수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고 그 사람을 ‘위하여’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을 추천한다”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