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10.6원 인상하되 가정과 소상공인(업소용) 대상 요금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서민 부담 완화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재무 위기 상황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이런 내용의 전기요금 조정안을 9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제 연료가격 폭등 영향으로 한전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서민 부담 등을 고려해 주택용과 업소용 전기료는 동결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47조 원에 달했다.

이번 조정에 따라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중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을 10.6원(이하 ㎾h당) 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많이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용(을) 이용 고객은 4만2000호로 주택용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이용 고객의 0.2%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의 전력 사용량은 26만7719GWh(기가와트시)로 전체 사용량(54만7933GWh)의 절반(48.9%)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산업부와 한전은 시설 규모 등에 따른 요금 부담 여력을 고려해 전압별 세부 인상 폭도 차등화했다.

산업용(을) 가운데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6.7원 오르고, 전력을 더 많이 쓰는 고압B(154kV)와 고압C(345kV 이상)는 13.5원씩 인상된다.

한전은 산업용(을) 고압A 사용 기업의 전기요금이 월평균 4200만 원에서 4400만 원으로 200만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가정용 등 전기요금 동결 결정을 놓고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한 여론을 고려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산업용 요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벼랑 끝에 선 한전의 재무 위기를 감안한 결정으로 읽힌다.

한편 한전 김동철 사장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본사 조직 20% 축소’와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인재개발원 부지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