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물량도 늘며 ‘임차인 대란’
- 9억 집인데 3억대에도 안 나가
전세 임차인 대란이다. 부동산 불황이 길어지면서 2년 전 최고점을 찍었던 전세금이 폭락하자 계약 갱신을 거부하는 임차인이 급증한다. 특히 부산은 신규 입주 물량까지 몰리면서 임차인 구하기가 더 어렵다. 입주민에게 기존 전세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며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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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31일 부산 부동산 투자자 A(40대) 씨는 “소유한 연제구 레이카운티 전세를 두고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A 씨는 113㎡ 타입을 전세금 3억5000만 원에 내놨지만 입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문의는 전혀 없다. A 씨는 이 아파트를 분양가 7억 원에 프리미엄 2억 원을 얹어 총 9억 원에 매입했다. 레이카운티 입주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된다. 입주 기간 내에 잔금을 못 치르면 고리의 연체 이자를 물어야 한다.
A 씨는 “부동산 중개소에서는 2억8000만 원까지 전세금을 낮추자고 하는데 고심 끝에 거절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최대 4년까지 살 수 있는데, 그 값에 전세를 줄 수는 없다”며 “나는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데 현금에 여유가 없는 임대인은 전세금을 계속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대인은 전세 계약 갱신 때 가격을 깎으며 읍소하기도 한다. 부산 직장인 B(여·30대) 씨는 얼마 전 부산진구 서면아이파크 113㎡ 타입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2년 전 전세금은 5억 원이었는데, 최근 가격이 급락하자 계약일을 채운 임차인이 “나가겠다”며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다. 전셋값을 깎아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B 씨는 임차인에게 “1억 원을 돌려줄 테니 4억 원에 계약을 갱신하자”고 사정했다. 그래도 임차인은 이를 거부했다. B 씨는 결국 1억5000만 원을 대출받아 돌려주고 전세금 3억5000만 원에 2년 연장 계약을 했다.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10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1~9월) 전국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 중 보증금이 감액된 곳은 41%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보증금 감액 계약 갱신이 4%에 불과했다. 1년 새 감액 계약이 37%포인트나 늘었다. 반대로 증액 계약 갱신은 지난해 86%에서 올해 41%로, 절반 넘게 급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부산은 올해 신규 입주 물량도 많아 전세 임차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올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임차인은 기존 계약을 2021년 하반기에 했다. 그때는 집값과 전셋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랐던 시기”라며 “그 후 2년 동안 전세금이 30% 정도 내렸기 때문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차액을 돌려줄 테니 제발 나가지 말라’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시장에 전세 물량이 많은데 대규모 신규 입주가 예정돼 ‘임차인 대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