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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적률 높여 고품질 개발 꾀해…1200만 원 이주 지원도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5> 서울 재건축 사례 보니

  •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  |   입력 : 2023-10-22 19:34:1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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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심한 하계5·상계마들단지
- 서울시, 재정비 선도사업 선정
- 입주민 동의 위해 여론수렴 심혈

- 부지 용도변경, 용적률 최대 4배
- 세대수 배로 늘고 평형도 다양화
- SH, 공사기간 임시 거처도 마련
- 남는 세대는 일반 분양해 수익화

“부모님을 모시고 4층에 삽니다. 두 분 모두 장애가 있어 제가 업고 오르내려야 해요. 제가 집에 없으면 부모님이 직접 엉덩이를 끌면서 계단을 내려와야 합니다.” 지난 16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 영구임대주택. 이곳에서 만난 A(50) 씨는 가장 먼저 이 같은 ‘설움’을 토했다. 1989년 준공된 하계5단지는 5층 아파트인데도 엘리베이터가 없다.
서울 노원구 영구임대주택 상계마들단지(왼쪽)와 하계 5단지 전경. 박호걸 기자·서울주택도시공사
노원구의 또 다른 영구임대주택 상계마들단지. 이 단지 주민 B(86) 씨는 “3층에 사는데 나는 그나마 건강한 편이라 경로당에 장기도 두러 다닌다.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내는 집에서 움직일 엄두를 못 낸다”며 “병원에 갈 때마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 10분 넘게 걸린다. 매번 낙상의 위험을 감수해야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1988년 지어진 상계마들단지도 5층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매우 열악한 주거 환경이다.

■입주민 만족 최우선해야

공모를 거쳐 선정된 상계마들단지(위)와 하계 5단지 재건축 설계 당선작 조감도.
지은 지 30년 지난 영구임대주택을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부산에 견줘 서울은 상대적으로 일찍 고민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임대주택 3대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영구임대를 포함한 노후 임대주택 정비 원칙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날 국제신문이 방문한 하계5단지와 상계마들단지를 선도 사업 대상으로 정하고 정비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입주민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부산지역 영구임대주택 사정과 비슷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영구임대주택에서 수십 년 살다 보니 입주민도 내심 재건축을 바란다. 하지만 이주와 주거비 상승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하계5단지 입주민 C(40대) 씨는 “가족 5명이 살기엔 집이 많이 낡고 좁기도 하다”며 “재건축하면 다시 들어와 살 형편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계마들단지 입주민 D(78) 씨도 “이사 비용을 지원해준다니 재건축해주면 좋긴 하겠다”면서도 “그런데 새집에 살면 집세나 관리비가 더 오를까 봐 겁난다. 형편이 어렵고 수입도 없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서울주택공사(SH)도 입주민의 이런 상황을 잘 안다. SH는 재건축 동의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입주민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하계5단지 입주민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문 조사를 하고 설명회도 열었다. 상계마들단지에서는 지난 5월 설명회를 개최했고 마찬가지로 설문조사도 마쳤다.

SH는 설문조사에서 입주민이 원하는 적정 평형·임대료, 이주 의향·방법, 임시 거처의 거리까지 물었다. 가구당 1200만 원가량 주거 이전비(2인 기준)와 이사비 60만 원도 지급할 계획이다. SH 배양수 공공주택정비처장은 “노인 인구가 많아 이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원활한 계약과 이주 지원을 위해 코디네이터를 매칭할 예정”이라며 “임차인대표위원회와도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을 위한 임시 거처는 SH가 보유한 인근 임대주택을 활용한다. 상계마들단지 입주민 141명이 이사할 주택은 모두 마련했다. 상계마들단지와 1㎞ 정도 떨어진 SH 영구임대주택 공가를 사용하게 된다. 하계5단지 입주민 565명을 위해서도 SH 임대주택 공가와 전세임대를 확보하고 있다. 하계5단지는 상계마들단지보다 입주민이 많아 일부는 노원구 밖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SH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기존 입주민에게 우선 입주권을 줄 방침이다.

■평형 넓히고 다양화 ‘소셜 믹스’

서울 임대주택 3대 혁신 방안의 지향점은 ‘누구나 살고 싶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이다. ▷고품질 주거 공간 제공 ▷주택 공급 확대 ▷완전한 소셜 믹스 ▷지역 가치 향상 등이 재건축 기본 방향이다. SH는 이에 따라 임대주택 평형을 넓히고, 민간아파트 수준의 자재 고급화를 추진한다. 또 고품격 커뮤니티 공간을 확충하고, 임대·분양 완전 혼합으로 차별적 요소를 차단한다.

현재 SH 임대주택은 34개 단지, 3만9802가구다. 이 가운데 영구임대주택은 17개 단지, 2만2370가구에 이른다. 1988~1995년 지어졌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임대주택 하자 발생 빈도도 높다.

하계5단지와 상계마들단지는 내진구조 미반영 등 사업의 시급성과 개발 가능성을 고려해 선도 사업으로 재건축을 시도한다. 2021년 공모를 거쳐 설계 당선작도 선정했다. 두 곳 모두 용적률을 대폭 확대해 고밀도로 개발된다. 하계5단지는 제2종일반주거인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93.11%인 용적률을 435%로 올릴 수 있다. 지상 5층, 13개 동인 단지는 지하 4층~지상 40층, 7개 동으로 규모가 커진다. 전용 면적 33㎡인 평형은 36·46·59·84㎡로 넓고 다양해진다. 640가구도 1336가구로 늘어난다. 이 중 527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상계마들단지는 제2종일반주거인 용도를 제3종으로 바꾸고, 용적률을 110.97%에서 325.6%로 상향한다. 5층짜리 3개 동을 지하 2층~지상 19층, 3개 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용 면적 33㎡ 170가구는 39·45㎡ 365가구로 변경된다. 175가구는 일반 분양 물량이다.

상계마들단지는 기본·실시설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에 입주민 이주와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계5단지도 기본·실시설계가 진행 중이다. 2025년 안에 이주와 착공이 계획돼 있다. SH 배 처장은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은 SH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서울시·SH·노원구·전문가로 구성된 공공주택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운영 중이고, 매달 공정회의를 열어 추진 사항을 점검한다”며 “취약계층 주거 복지를 실현하려면 고품질 임대주택 건립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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