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일대가 정부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수도권 전력반도체 기업이 부산 이전을 결정하면서 기장군 일대가 전력반도체 클러스터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 등 참석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2023년도 부산시 수도권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김귀옥 부산시 투자유치과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2023년도 부산시 수도권 기업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부산시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수도권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을 뜻하는 팹리스(Fabless) 아이큐랩을 포함한 세 개 업체가 부산으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산에 본사를 둔 아이큐랩은 부산 기장군 의과학산업단지로 일괄 이전하면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팹리스인 이 업체가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종합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 전력반도체 팹리스 아이큐랩, 부산 이전

아이큐랩은 2018년 5월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69억 원이었다. 이 업체는 탄화규소(SiC) 파워반도체 설계와 기술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기업으로, 높은 기술력과 전력반도체 호황을 바탕으로 가파르게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시 설명이다.

아이큐랩은 지난 8월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의 제조 시설을 빌려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설계부터 완제품 양산까지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외연 확장 중이다.

아이큐랩은 현재 6인치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부산으로 이전하면 국내 최초로 8인치 웨이퍼를 부산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본사 부지는 부산시 기장군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 내(부지면적 8750㎡)에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6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000억 원이다.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주 확보 및 완제품 양산을 위해서다.

SiC 웨이퍼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은 2021년 1조4000억 원에서 2030년 12조28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34%의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전기차 반도체에서 기존 실리콘(Si) 대비 전력효율 등이 우위인 SiC로 이행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SK그룹은 지난 3월, 포항에 있던 전력 반도체 업체를 인수해 기장군 장안읍에 신공장을 설립하고 SK파워텍을 출범시킨 바 있다. SK파워텍은 SK 주식회사의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설계·생산 자회사가 됐다. SK주식회사는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서 유망 분야와 업체에 투자·인수한다. 기장군 일대에 전력 반도체가 유망하다는 의미다.

SK파워텍 신공장은 이온주입기 등 설비를 대폭 증설하는 한편 공정 최적화 등을 통해 올해 4분기까지 기존 대비 3배 수준인 연산 2만 9000장(150㎜/6인치 웨이퍼 기준) 규모의 SiC 전력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 회사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본사를 두고 연구 및 제조시설은 장안읍에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자동차, 전자제품, 5G 통신망 등에서 전류 방향과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필수 반도체다. 해상 풍력발전, 내연 자동차의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차전지처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이다.

● 전기차 충전기 업체, 시험인증 업체 부산 투자

이번에 부산시와 투자 협약을 맺은 (주)펌프킨는 경기도 남양주에 본사를 둔 전기자동차 충전기 생산 업체다. 2011년 8월 설립됐고 지난해 매출액은 386억3000만 원이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구축 역량 보유했다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전기버스 총 전기생산량 10만6100kwh로 시장점유율로 국내 1위 유지하는 기술 혁신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전기버스 충전 시스템으로 전체 매출의 70% 차지한다.

펌프킨은 내년 6월부터 부산 강서구 미음동(부지 4648㎡)에 사업비 67억 원을 들여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시는 국제산업물류단지 중소기업임대전용단지에 5년간 임대 후 우선매수권(조성원가) 부여한다.

㈜디티앤씨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본사를 둔 코스닥 상장사다. 2000년 10월 설립돼 2014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전기전자·자동차·선박·방산 등 시험검사 및 인증서비스를 영위한다. 지난해 매출은 4008억 원이고 상시 고용 인원은 267명이다.

디티앤씨는 부산 강서구 또는 사하구에 올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약 35억 원을 투자해 시험인증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디티앤씨 입장에서는 방위산업, 조선, 자동차 부품 업체가 밀집한 부울경에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부울경 업체들은 시험 인증 기관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 시 “직원 정주여건 개선”

시 김귀옥 투자유치과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자금 융자 규모 확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정주 여건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 직원의 주택특별 공급, 직원 자녀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한 우선권 부여 등을 하겠다”면서 “부산 금융특구가 성공하면 2차 금융기관 이전 등을 통해 금융 조달을 할 수 있다. 부산에 투자한다면 부산시는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성권 시 경제부시장과의 문답에서 한 참석자는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직원을 위한 어린이집, 독신자를 위한 숙소, 레저 운동 인프라, 산업단지와 주거지 간 통근 버스가 시급하다는 답이 공통적으로 많았다. 시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부시장은 “기장만 놓고 보면 일광 신도시 조성 잘 돼 있다. 장안읍에는 LH가 행복주택을 조성했으며 신주거시설에는 법적으로 초등학교 신설하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건립도 병행될 것”이라며 “레저 공간과 관련해서는 해운대구 송정 일대는 강원도 다음으로 해양 레저가 잘 발달된 곳이다. 레저와 관련해서는 해운대 일대와 가까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장군에서 교육·문화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