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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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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편성된 ‘2024년 예산안’은 역대 가장 강력한 ‘허리띠 조이기’를 통해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수 결손 사태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의 예산을 단호히 폐지 또는 삭감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싼 복합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수도권 주요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23조 지출 구조조정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4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올해(638조7000억 원)보다 불과 2.8% 늘어난 액수다. 이 증가율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에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최저치다.
건전 재정 기조로 전환됐던 올해 증가율(2022년 대비 5.1%)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윤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보고된 ‘4%대 중반’보다 2%포인트 가까이 낮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3년 예산안’의 핵심 내용이 이전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으로 바꾸는 것이었다면, 이날 나온 내년 예산안은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고강도 개혁을 추진해 ‘재정의 체질 개선’을 이루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와 내년 세수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제정 여건이 어려운데 나라살림을 방만하게 운용하면 대한민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대외 신인도 저하는 물론 미래 세대에 과중한 빚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별도로 발표한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세는 367조4000억 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세입 예산)됐다.
이는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 원)보다 33조1000억 원(8.3%) 줄어든 것이다. 세수 부족 사태가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출 줄이기’는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을 ▷2025년 4.2% ▷2026년 3.9% ▷2027년 3.6%로 제시했다. 역대 최저인 내년 증가율(2.8%)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5.1%)와 비교하면 모두 낮다. 허리띠 조이기가 집권 내내 이어진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27년까지 50%대 중반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은 50.4%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2025년부터 GDP의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올해 2.6%에서 내년 3.9%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는데 내후년에는 이를 최대한 억제해 3%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지방교부세 8조5000억↓…지역화폐 올해도 0원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올해(24조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든 재정 사업의 타당성 등을 다시 검토해 예산 누수 요인을 차단했고 이를 통해 20조 원이 넘는 구조조정을 확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재부 김동일 예산실장은 “소규모 사업이라도 철저하게 점검해 (예산을) 없애거나 삭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는 어떤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23조 원은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 등에 재투자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약자 복지 강화 ▷미래 준비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을 내년 예산의 4대 중점 투자 분야로 정했다. 추 부총리는 “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지출 계획을 12대 주요 분야별로 보면 규모가 가장 큰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올해 226조 원에서 내년 242조9000억 원으로 7.5% 늘어난다.
이 밖에 ▷문화·체육·관광(1.5%) ▷환경(2.5%) ▷산업·중소기업·에너지(4.9%) ▷사회간접자본(SOC·4.6%) ▷농림·수산·식품(4.1%) ▷국방(4.5%) ▷외교·통일(19.5%) ▷공공질서·안전(6.1%) 분야 예산도 증액됐다.
특히 SOC 예산은 올해 10.7% 줄었으나 내년에는 4% 넘게 늘어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를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SOC 사업은 대부분 지역에서 진행되는 핵심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직접 지시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 원에서 내년 25조9000억 원으로 16.6%나 감액됐다. 12대 분야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교육 예산도 96조3000억 원에서 89조7000억 원으로 6.9% 깎였다. 일반·지방행정 예산은 122조2000억 원에서 111조3000억 원으로 0.8% 줄어든다.
이에 따라 지방교부세도 올해 75조2883억 원에서 내년 66조7711억 원으로 11.3%(8조5172억 원)나 감소하게 됐다.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