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엔화 예금과 일본 주식 등에 돈이 몰리는 ‘엔테크’가 인기를 끈다.

서울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 23일 엔화 환율은 하나은행의 환율우대 없는 매매 기준율을 기준으로 100엔당 912.73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엔화 예금이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 거주자 외화 예금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 예금은 967억9000만 달러(약 126조7000억 원)로 지난 4월과 비교해 54억 달러(약 7조700억 원) 증가했다. 통화별로 달러가 30억9000만 달러(약 4조470억 원), 유로화가 12억9000만 달러(약 1조6800억 원), 엔화가 9억3000만 달러(약 1조2180억 원) 늘었다. 엔화의 예금 증가세는 2017년 10월 9억7000만 달러(약 1조2700억 원) 이후 가장 가팔랐다.

거주자 외화 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 예금 총합이다. 엔화뿐만 아니라 전체 외화 예금도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일본 주식 투자도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결과 지난 4월 이후 2분기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2만714건이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 1분기(1만7014건)보다 21.7% 늘었다. 전년 2분기(1만5585건)와 비교해도 32.9% 증가했다. 매수 금액 역시 상승세다. 올해 2분기 4억2218만 달러(약 5406억 원)로, 1분기(2억1256만 달러)와 지난해 2분기(2억3093만 달러)보다 배가량 많다. 엔화가 저렴할 때 일본 주식을 샀다가 향후 가치가 오르면 팔아 주가 상승분 외에 추가 이익을 얻으려는 전략이 작용한 결과다.

엔화 예금 역시 이자가 거의 없고 수수료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엔화 가치가 올랐을 때 팔아 얻을 수 있는 환차익에는 세금이 없다. 한국은행은 “엔화 예금 증가는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자금 예치 외에도 개인의 여유 자금이 투입된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엔테크 수요가 개인을 중심으로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엔저 현상은 금리 정책 방향성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높여온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각국 기준금리는 한국 3.50%, 미국 5.00~5.25%, 일본 -0.1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