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은 처음 열리는 한국-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도국들에 대한 집중 구애를 펼친다.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29일 정부 및 기업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한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개최를 맞아 대대적인 태도국 환영 행사를 벌인다. 한국 정부(외교부, 해양수산부)는 지난 27일 부산에서 태도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해양 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리더스 서밋’을 열었다.

2023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 애스턴하우스에서 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들을 초청해 환영 만찬을 열었다. 대한상의 제공

이 콘퍼런스에는 태도국 주요 인사(투발루 총리, 벨리즈 총리, 피지 부총리, 마셜제도 외교장관, 바하마 국무장관 등)가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들을 위해 오찬을 베풀었다. 같은 날 환영 만찬도 이어졌다. 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드림콘서트에 이들을 초청했다.

다음 날인 2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태도국 5개국 정상들(타네티 마아마우 키리바시 대통령,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과 연쇄 회담을 진행했다.

28일 오후 연쇄 정상회담이 끝나고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를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최태원 회장 주재로 그랜드워커힐서울 애스턴하우스에서 환영 만찬을 진행했다. 대한상의는 “해양수산, 재생에너지 문제 등 태도국의 실질적 수요에 기반한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에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의장국인 테파에루 헤르만 쿡제도 외교차관을 비롯해 빌리아메 가보카 피지 부총리, 시아오시 소발레니 통가 총리, 카우세아 나타노 투발루 총리, 이스마엘 칼사카우 바누아투 총리, 타네티 마마우 키리바시 대통령,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 달튼 타겔라기 니우에 총리, 모에테 브라더슨 프렌치폴리네시아 대통령, 티모시 존 이카 나우루 보건장관, 세드릭 슈스터 사모아 환경장관 등 11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갑 롯데지주 부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우무현 GS건설 사장,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민은홍 동원산업 대표, 김치곤 사조산업 대표 등 경제인들이 총출동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웨이브(WAVE) 플랫폼에‘태평양 도서국 국가관’도 개설해 태도국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공론장을 마련했다.

오는 29일 오후 한-태도국 정상회의 본회의 두 번째 세션(지역 정세와 국제협력)에서는 부산 엑스포와 관련한 상호 관심사와 협력 주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태도국 정상들은 오는 30일 부산으로 이동해 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인 북항재개발지 일대를 방문한다.

한국은 인구와 규모가 작다고 해서 태도국들을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처디다. 태도국이란 태평양 서부, 중부 및 남부의 작은 도서 국가들을 통칭하는 데 이들은 평양도서국포럼(PIF)을 결성해 결속력이 매우 강하다. 여기에 PIF 18개 회원국 가운데 12곳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다.

게다가 태도국은 태평양 항로의 교통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배타적 경제 수역은 전 세계의 14%(1910㎢)다. 풍부한 해양수산 자원, 심해저 광물자원을 보유한다. 여기에 각종 국제기구 수장 선거에서 한 표씩 행사하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서는 소홀해서는 안 되는 나라들이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경쟁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이곳에서 표를 잡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과 함께 지난해 7월 피지 수바에서 열렸던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정상회의에 참석해 부산 지지를 요청하는 한편 이번에 부산과 서울에서 한국-태도국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됐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태도국들을 우군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21일 푸젠성 푸저우시에 ‘중국-태평양 도서국 빈곤 감축과 발전협력 센터’를 개설하는 등 구애를 본격화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 거리 두기를 하는 한편 한미일 동맹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중남미 국가들을 상대로 방해를 했다는 일부 보도도 나왔다. 중국은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지지한다. 중국이 사우디와 함께 태도국을 상대로 물량 공세를 펴면 한국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PIF 18개 회원국은 14개 태평양도서국(쿡제도 마이크로네시아연방 피지 키리바시 마셜제도 나우루 니우에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솔로몬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2개 프랑스 자치령(프렌치 폴리네시아 및 뉴칼레도니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