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의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의 독자 수출을 두고 미국 에너지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수원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구매한 기술의 제3국 이전 때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을 미국 정부에 신고했으나 반려됐다.

이날 한수원이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다.

앞서 한국은 미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로부터 한국형 원전을 수입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 기술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 수출된 제품이므로 다른 나라에 재 이전 시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이 기술을 제삼국인 체코로 수출하기 위해 미국 에너지부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으나 반려된 것이다.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은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다.

체코는 미국이 원전 수출을 일반적으로 허가한 국가 중 하나로 원전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활동 개시 30일 이내에, 에너지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에너지부는 지난 1월 19일 한수원에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US persons: 미국법인이라는 의미도 있음)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미국 수출 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 기업에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에너지부의 이 같은 결정 취지에 따르면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을 체코에 팔기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독자적 원전 수출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한수원이 미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한 기술이 미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출 전 미국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웨스팅하우스의 주장과 달리 한수원은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 수출하려는 원전은 이후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2월 10일 웨스팅하우스에 서로 다른 입장을 논의할 준비가 됐으며 만족할 해법을 도출하자고 입장을 전했다.

한수원은 또 미국 에너지부에도 서한을 보내 양국 정부 간 오래된 우호 관계와 핵 비확산이라는 양국 공통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체코 원전 수출 정보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신고리원전 1호기(우측건물)와 2호기. 국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