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창립 76년 만에 재산 분쟁이 발생했다. LG그룹 고 구본무 회장(3대) 유족들이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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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역대 회장들. 연합뉴스

10일 재계에 따르면 고 구본무 회장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 김 여사의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다시 해달라며 지난달 말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가(家)가 1947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분쟁에 휘말린 셈이다.

이에 대해 구 회장 측은 10일 입장문을 통해 “가족 간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반박하면서 LG그룹은 재산 분쟁에 들어갔다. 구 회장은 (주) LG를 통해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5년이 돼 가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드리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의 수차례 협의를 통해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 3년이 지났고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속재산 분할에서 상속인 간의 합의가 존중받고 있으며 상속인들이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재산을 분할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선대회장이 남긴 재산은 ㈜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 원 규모다. LG 측은 LG가(家)의 전통에 따라 ㈜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하고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은 ㈜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게 구 회장 측 설명이다.

구 회장 측은 “LG가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인 ㈜ LG 지분 모두는 구 대표에게 상속돼야 했지만 구 대표가 다른 상속인 3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가 각각 ㈜ LG 지분 2.01%(당시 약 3300억 원), 0.51%(당시 약 830억 원)를 상속받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LG그룹은 사업 초기부터 허 씨 가문과 동업했고 후손이 많아 창업회장부터 명예회장,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집안 내,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을 만들었고 경영권은 장자가 갖고 방계 후손은 경영권을 제외한 다른 재산을 받고 독립한다.

상속권 문제는 구광모 현 회장이 구본무 선대회장(3대 회장)이 양자로 들인 장자라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양모인 김영식 여사와 김 여사의 딸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부회장이었던 1994년 고등학생 외아들을 사고로 잃었고 경영권을 물려줄 아들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룹 승계를 위해 조카였던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능 현 희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LG그룹 측은 “LG의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하고 추대한 이후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구조이며 ㈜ LG 최대주주인 구광모 대표가 보유한 ㈜ LG 지분은 LG가문을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