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심의에 막혀 지지부진한 부산 덕천공원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국제신문 지난해 2월 10일 자 10면 등 보도)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사업자인 IPC개발이 부산시 문화재심의위원장 탓에 손해를 봤다며 수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 북구 덕천공원 전경. 국제신문 DB

IPC개발은 신경철 시 문화재위원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27일 밝혔다. IPC개발은 소장에서 “신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문화재 심의를 지연하고 사업 추진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선 손해액의 일부인 5억 원을 포함한 지연금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IPC개발은 앞서 지난달 18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신 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협박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형사 고소에 이어 별도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사업자가 부지를 매입한 뒤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를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시공원 일몰제로 땅이 공원 용도에서 대거 해제될 상황이 되자 대안으로 등장했다. 덕천공원은 일대 사유지를 사들인 IPC개발은 75%를 공원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땅에 지상 15층 규모 230세대 공동주택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덕천공원 내 구포왜성 보전이 문제였다. 부산시기념물 제6호 구포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성으로 이 일원 2만9548㎡가 문화재보존구역이다. 문화재위원회는 1~4차 심의에서 ‘허용 기준을 준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5차 심의에서는 “지형을 절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IPC개발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시키는 조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IPC개발 관계자는 “갑자기 말을 뒤집어 큰 피해를 봤다. 금융 비용 등 지출한 돈만 42억 원이 넘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문화재위원회에서 사업이 문화재 파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시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을 위원장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