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5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산업 구조 전반을 수술대에 올렸다. 특히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이런 개선 방향을 밝혔다. 회의에는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등이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고금리로 국민의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 수익으로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는다”며 “은행이 이자 수익에만 치중하고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과도한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영업 행태 등 그간 은행권에 대해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을 전면 재점검해 과감히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TF에서 인가 세분화 및 챌린저 뱅크 도입 등 은행권 진입 정책을 검토하고,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영업 장벽을 허물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가 세분화는 단일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낮춰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챌린저 뱅크는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려 했던 영국의 방식으로, 산업 간 경쟁 촉진을 위한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을 말한다.

금융계에서는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에 변화가 오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챌린저 뱅크 도입은 법 개정 사항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또 시중은행이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면서 인터넷은행과 차별성이 거의 없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이 중심인 인터넷은행과 고신용자 위주의 개인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을 중점으로 하는 시중은행 간 경쟁의 초점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가계 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편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Say-On-Pay·세이온페이) 도입 ▷임직원 성과급에 대한 환수 및 삭감(Claw-back·클로백) 강화 등의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TF는 오는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