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울 등 해안에 원전 몰고
- 수도권 동일 전기료 누려
- “지역별 요금 즉각 도입을”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과 조밀저장대를 고리원전에 설치하는 것으로 확정하면서 부산 울산을 중심으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 요구가 거세진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만큼 전력 생산을 많이 하지 않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같은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 여론을 의식해 사실상 반대 견해를 보인다. 정치권도 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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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한 주택가의 전기 계량기. 국제신문 DB |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력 시스템은 ‘중앙 집중형’ 방식이다. 부산 등 해안가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놓고 장거리 송전망을 이용해 서울 등 수도권에 전기를 보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전 소재 지역은 사용후핵연료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수도권은 이런 리스크 없이 부산 울산 등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산업 활동과 일상생활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 자료를 보면 인구·산업이 밀집한 서울 경기의 전력 소비량은 국내 전체 소비량의 30%를 넘는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국내 원전이 해안가 인접 지역에 밀집한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 중인 원전은 총 25기(정비 중 포함)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본부 7기,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본부 6기,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본부 5기,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본부 5기, 울산 새울원전본부 2기 등이다. 원전 수는 지난달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만 최대 30기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원전 소재지와 수도권 간 전력 자급률 차이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 자급률은 지역 내 필요 전력 중 다른 지역에서 공급받지 않고 자체 생산·공급할 수 있는 비중을 말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한전 자료를 보면 부산의 전력 자급률은 191.5%(2021년 기준)에 달하지만, 서울은 고작 11.3%에 그친다.
그러나 전기요금 차등화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전이 있는) 울산과 다른 지역 간 (전기요금) 차이가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이 핵심 내용인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검토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미온적 태도 등으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지역별 격차가 존재하는 휘발유·상수도 등의 요금처럼 전기요금에도 차등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14일 부산 울산 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부산에서 만든 전기 가격이 수도권과 같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