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정보통신기술(ICT) 지형이 바뀌고 있다. 2017년 소프트웨어 기업통합정보시스템(ERP) 전문 기업인 ‘더존비즈온’을 비롯해 클라우드 업체인 ‘베스핀글로벌’ ‘메가존클라우드’ ‘클루커스’, 정보보안 업체인 ‘윈스’ 등이 부산에 자회사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이들 기업과 협업해 2026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1500억 원을 투입해 1만 명의 고급 ICT 인력을 양성하는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를 추진한다. 이 같은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부산에서는 IT 인력 메카인 판교를 잇는 ‘제2의 판교’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 베스핀글로벌 MSP 분야 선도
- 삼성전자 美·UAE 기업 등 고객
- 市와 목표 일치… 지역법인 세워
- 100여 일 만에 초보→엔지니어
- 100명 교육 후 67명 정규직화
- 작년엔 50명 수강, 36명 뽑아
- 동남권大 출신 실력·열정 탁월
- 지역사업 발굴, 日·동남아 진출
- 市의 공공IT 확대 필요성 강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 요소로 클라우드를 찾는 기업·기관이 늘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 클라우드 도입·운영을 돕는 매니지드 서비스 기업(MSP)은 차별성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클라우드 MSP 분야에서는 베스핀글로벌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베스핀글로벌은 8년 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국내에만 800여 명, 해외 법인에 200여 명 등 총 1000여 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KB국민카드 등 국내 기업은 물론 미국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플랫폼 스타트업 ‘나일라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근에는 ‘옵스나우 360’이라는 멀티 클라우드 관리 통합 플랫폼을 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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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연제구 나라키움 부산 청년창업허브 3층에 위치한 베스핀글로벌테크센터(BTC)에서 조한진(왼쪽 두 번째) 센터장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영훈 기자 hoonkeem@kookje.co.kr |
■클라우드 전문가를 키워라베스핀글로벌은 2021년 7일 베스핀글로벌 테크센터(BTC)라는 법인을 부산에 설립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내 업무 영역을 수도권에서 동남권으로 넓히고, 부산 울산 경남지역 30여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클라우드 사관학교처럼 인재를 육성하니, 대기업 등에서 너도나도 스카우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충성도 높은 직원을 직접 키우자는 취지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인력 유출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위해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아 키우자는 방안이 검토되던 중 부산시와 의견을 나눌 계기가 생겼다. 당시 시 관계자는 “지역에서 배출되는 청년은 많은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테니 부산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부산에서 인재를 교육하고, 법인을 세워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서로의 목표가 일치하자 베스핀글로벌은 곧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7월 연제구 부산 청년창업허브센터에 법인을 설립하고 다음 달인 8월부터 ‘클라우드 엔지니어’라는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베스핀글로벌 윤희정 이사는 “회사 설립 5주 만에 기획, 홍보, 교육생 모집, 면접까지 마쳤고 베스핀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소속 강사 2명과 서울 본사 현업 실무리더 20여 명을 투입해 3개월 반 만에 인재를 양성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채용 “성공적”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IT가 뭔지도 모르던 교육생들이 3개월 반 만에 BTC에서 클라우드 엔지니어로 근무할 정도로 성장했다. 총 100명의 교육생 중 93명이 수료했으며, 이 중 67명이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더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교육 과정을 7개월(5~12월)로 늘렸다. 반면 인원은 50명으로 줄여 모집했고. 이 가운데 36명이 채용됐다. 채용률은 72%에 이른다.
부산에서의 신규 채용은 만족스러웠다. 수도권 대학 출신과의 실력 차는 기우에 불과했다. BTC 조한진 센터장은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열정적으로 일을 해내겠다는 의지와 정신력은 수도권 출신을 능가한다”며 “우리 직원들이 문제 없이 해내는 것을 보고 본사에서도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에는 본사와 지역 법인을 차별하지 않는 회사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의 신입사원 연봉은 3000만 원 중후반대로 각종 복리후생을 포함하면 4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본사와 임금 및 복리후생이 동일하게 책정되는 등 지역 차이도 없다.
BTC는 지난해 약 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법인 설립 초기인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올해는 70억~8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앞으로 부울경을 필두로 하는 지역 사업을 발굴하고 일본과 동남아에 진출해 매년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 센터장은 “1만 명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인원이 취업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부산시가 자체 사업 발굴과 공공 IT를 확대하는데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업체 부산행 잇따라베스핀글로벌이 부산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자 업계 선두 주자인 메가존클라우드는 물론 클루커스도 잇따라 부산행을 결정했다. 이들은 베스핀글로벌의 모델과 마찬가지로 직접 교육해 채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부산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사전 교육에 나서 25명을 취업시켰다. 지난해 5월 부산에 둥지를 튼 클루커스는 올해부터 교육생 모집에 나선다. 올해 베스핀글로벌을 포함한 3개 사가 모집하는 교육생은 150명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