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하나 없는 서울·경기 등
- 전력소비량 국내 전체의 30%
- 고리원전 둔 부산, 서울 ‘절반’
- 차등요금제 법안 2건 계류 중
- 산업부, 수도권 눈치에 미온적
-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서 빠져
- ‘송전망 이용 따라 요금 부과’
- 미국·영국·호주 등 이미 도입
- 균발위, 관계부처에 논의 지시
부산 울산 등지에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차등요금제)’ 도입 요구가 커진다. 수도권을 위해 사실상 희생하는 원전 소재 지역에 그에 준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전기 생산량이 서울보다 7배 정도 많은 부산이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따른 위험마저 감수해야 하는 만큼 전기요금이라도 차등을 둬야 불합리한 상황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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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원전 2호기 전경. 국제신문DB |
■‘전력 자급률’ 기형적 격차
14일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고리원전 등을 통한 부산지역 발전량은 2021년 기준 4만354GWh로, 서울(5344GWh)보다 7.5배 많다. 하지만 같은 해 판매 전력량은 부산이 2만1068GWh로 서울(4만7296GWh)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판매 전력량은 사용량과 유사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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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원전 인근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송전탑. 국제신문DB |
이 때문에 전력 자급률도 부산은 191.5%나 됐지만 서울은 11.3%에 불과했다. 전력 자급률은 발전량을 판매 전력량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다른 지역에서 수혈받는 전력의 양이 많다는 의미다.
결국 서울은 전기를 거의 생산하지 않으면서 매우 많이 사용하는 반면 부산은 상당량을 생산하면서도 서울보다 덜 쓰는 셈이다. 사용후핵연료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 수도권을 위해 ‘희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처럼 원전이 밀집된 울산(93.8%) 경북(183.9%) 전남(184.7%)의 전력 자급률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석탄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의 전력 자급률은 무려 227.9%에 달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소가 있는 인천의 전력 자급률도 243.0%나 됐지만 생산 전력은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 울산 등 원전 지역과 수도권 간 전기요금에는 차이가 없다. 원전 최근접 지역 주민이나 기업에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게 사실상 지원 대책의 전부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원전 소재 지역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위험 탓에 도시계획 수립 등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항상 상존한다.
■산업부, 수도권 눈치 보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입법 움직임이 일었지만 뚜렷하게 진척된 것은 없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원전과 거리가 먼 지역에 전기요금을 더 많이 매기는 내용의 법안(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기요금의 지역별 공급 비용 차이를 소매 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비슷한 시기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분산에너지는 원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소 대신 소비 지역 인근 발전소를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원전이 밀집한 부산과 서울의 전기요금이 동일하게 책정되는 것은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민주당 김성환 의원도 2021년 7월 역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김 의원 법안에는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결국 차등요금제와 관련해 현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2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도권 여론 ▷전기요금 역차별 조장 ▷지원 중복 우려 등을 이유로 차등요금제에 반대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수요자와 발전소 간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해서 공급하는 게 원론적으로는 맞다”면서도 “다른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가 14일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3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 계획’에도 차등요금제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미국·영국 등은 이미 도입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차등요금제가 이미 시행 중인 만큼 전력 자급률이 기형적으로 차이가 나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차등 요금 개념인 ‘지역별한계가격(LMP)’ 제도가 시행 중이다.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영국에서도 송전망 이용 정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다르게 부과한다. 발전 설비가 몰린 북부 지역이 전력을 많이 쓰는 남부 지역보다 전기요금을 적게 내는 식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리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로 보낼 때 발생하는 비용을 사용 지역(서울)에 부과하는 식이다. 호주 역시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는 감지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시장 원리에 따른 권역별 차등 전기요금 도입 방안 연구’를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력 자급률 상위 5개 지역 |
구분 |
발전량 |
판매 전력량 |
전력 자급률(%) |
인천 |
6만506GWh |
2만4901GWh |
243.0 |
충남 |
11만1229GWh |
4만8802GWh |
227.9 |
부산 |
4만354GWh |
2만1068GWh |
191.5 |
전남 |
6만1841GWh |
3만3487GWh |
184.7 |
경북 |
8만1382GWh |
4만4258GWh |
183.9 |
※자료 : 한전, 2021년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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