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ERP(기업통합정보시스템) 전문 기업인 더존비즈온 등 국내 최상급 ICT(정보통신기술)기업 5곳이 부산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연착륙하면서 부산의 ICT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부산은 ‘젊은이들이 떠나는 도시’ ‘ICT 불모지’ 등의 오명을 뒤집어 썼지만 이들 기업이 부산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재양성에 나서면서 싹을 틔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을 중심으로 ‘부산형 판교(부교)’ 조성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부산시와 진흥원에 따르면 ICT기업의 부산행을 선도한 곳은 더존비즈온이다.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2017년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부산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베스핀글로벌, 클루커스, 메가존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업체들이 부산에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정보보안 전문기업인 윈스가 지난해 12월 자회사를 마련했다. ICT의 3대 축인 소프트웨어 ERP, 클라우드, 정보보안을 이끌고 있는 국내 최고기업들이 부산을 거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윈스 이수현 상무는 “동남권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거점으로 부산을 선택했다. 부산은 인근에 30여 곳의 대학이 있어 ICT산업에 맞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찾기 쉬운 것이 최고의 강점이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부산시 고유의 ICT 인재양성 브랜드인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가 시동을 걸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최근 “2026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1500억 원을 투입해 연간 2000명 내외로 총 1만 명의 고급 ICT인력을 양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는 교육생의 60%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범사업을 벌였던 2021년에는 수료생 373명 가운데 239명이 취업했으며, 지난해에는 1027명이 수료해 지난달까지 36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이들 5대 기업(클루커스 제외한 4대 기업)의 실적은 눈에 띈다. 지난 2년간 총수료생 349명 중 258명(73.9%)이 이들 기업에 취업해 부산에서 근무한다. 베스핀글로벌 윤희정 이사는 “부산에서 채용한 인력은 서울에서 채용한 인력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본사에서 나오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문섭 진흥원장은 “수도권의 ICT기업이 부산으로 진출해 동남권 비즈니스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등 지역 ICT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부산형 판교가 정착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