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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 전경.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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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리원전본부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를 늦추기 위해 고리 2호기에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조밀저장대는 사용후핵연료를 보다 촘촘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물이다.
설계수명 만료가 오는 4월 예정대로 이뤄졌다면 논의하지 않았을 방안을 뾰족한 핵폐기물 처리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하는 셈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쌓일수록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 총 79만 다발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포화 전망 설명회’를 열고 국내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재산정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산업부는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의결 당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년 12월 확정)을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 등을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원전 정책이 완전히 바뀜에 따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올해 1월 확정)을 기반으로 해당 내용을 다시 산정했다.
포화 시점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저장 시설의 보관 가능 용량을 넘어 더 이상 저장이 불가능해지는 시기로 보면 된다.
우선 고리·한빛·한울·새울·신월성·월성 등 국내 6개 원전 본부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은 2021년 12월 총 63만5329다발로 예상됐으나 이번 재산정에서는 79만3955다발로 전망됐다. 기존 산정보다 15만8626다발이 더 늘어난 것이다.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예상 발생량도 2037다발(1만253다발 → 1만2290다발) 늘었다. 한빛원전은 1만660다발에서 1만3051다발로 2391다발 더 많아졌다.
이 밖에 원전별 예상 발생량 증가 폭은 ▷한울원전 8661다발(1만8740다발 → 2만7401다발) ▷새울원전 400다발(1만5260다발 → 1만5660다발) ▷신월성원전 68다발(3565다발 → 3633다발) ▷월성원전 14만5069다발(57만6851다발 → 72만1920다발)로 추계됐다.
■ 핵연료 촘촘히 배치해 고리원전 포화 시기 늦추기로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늘어나면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도 1, 2년 단축될 전망이다.
우선 2021년 12월 ‘2031년’으로 전망됐던 한빛원전의 포화 시점은 이번에 2030년으로 예측됐다. 한울원전도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짧아졌다.
신월성원전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새울원전은 2021년 12월에 예상한 시점(2066년)과 같게 나왔다. 당시 포화 예상 시점이 제시되지 않았던 월성원전은 이번에 2037년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고리원전이다. 오는 4월 고리 2호기를 비롯해 국내 원전 중 가장 먼저 설계수명 연장이 이뤄지는 탓에 사용후핵연료 포화 예상 시점도 2021년 12월 당시 2031년에서 이번에 2028년으로 3년이나 앞당겨졌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에서 의결된 안건에 따라 고리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이 2030년(목표)에야 운영되는 점 등을 고려해, 포화 시점을 2032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방안이 바로 조밀저장대 설치다.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면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간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핵연료봉이 그만큼 많이 쌓이게 돼 안전 우려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을 영구 정지시킨다면 조밀저장대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조밀저장대에 촘촘하게 보관하면 사용후핵연료가 더 많아지게 되므로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산업부 “고준위 특별법 조속히 처리해야”산업부가 이날 설명회를 열어 재산정 결과를 공개한 것은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약칭)’의 조속 처리를 강조하는 성격이 짙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총 3개의 해당 법안은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한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앞으로 7년 뒤(2030년)에는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순차적으로 멈출 수도 있는 만큼, 특별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도 우선 만들어야 한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한수원이 지난 7일 이사회에서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것 역시 정부의 이런 판단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원전 지역 시민단체나 정치권 등은 ‘임시 저장’이 아닌 ‘영구 저장’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저장시설 부지를 확보하는 게 사실상 ‘국가적 난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승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영구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특별법 제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