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시설 조감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문DB

우리나라에서 최종 인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이 지난 10년간 4건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각종 규제 때문이다.

환경 관련 비영리 단체인 기후솔루션은 25일 ‘해상풍력 인허가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는 “국내 해상풍력 보급이 복잡한 인허가 과정 탓에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국내에서는 각종 해상풍력 사업이 허가를 받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총 20GW(기가와트) 수준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요 인허가를 모두 완료한 해상풍력 용량은 이 가운데 2% 수준인 548MW(메가와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허가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기후솔루션은 짚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인허가를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70개로 파악됐다. 하지만 70개 사업 가운데 실제 최종 인허가를 받은 사업은 현재까지 단 4곳에 불과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최대 29가지 법령에 따른 각종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각 단계를 거칠수록 사업 진척도는 급격하게 감소한다. 특히 관련 행정기관과 입지의 적절성을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인허가권자의 자의적 판단 등으로 많은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해상풍력을 올바르고 빠르게 보급하려면 정부가 먼저 해상풍력 입지를 지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업 및 환경에 영향이 적고, 풍황 등의 경제적 여건이 좋은 부지를 국가가 지정한 뒤 사업자를 입지시키는 방식이다.

실제 세계적 해상풍력 강국인 덴마크와 독일 등은 이런 입지 인허가 방식을 도입해 해상풍력 비중을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이 밖에도 기후솔루션은 여러 창구로 나눠져 있는 인허가 단계를 원스톱으로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조은별 연구원은 “해상풍력을 빠르고 올바르게 보급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해상풍력 입지 계획 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계획 입지를 통해 환경·사회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고 수용성이 확보된 곳을 해상풍력 부지로 지정하면 기존 인허가 제도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