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인사에서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했다. 삼성가(家)에서는 오너 가문 출신을 제외하고는 첫 여성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성과가 있는 부사장들을 대거 사장으로 발탁하면서도 대표이사 CEO 두 명은 유임하는 등 안정 속에서 미래를 대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왼쪽 위 시계방향으로 김우준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 남석우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 박승희 CR담당 사장, 이영희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양걸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5일 이영희 삼성전자 DX(Device Experience·가전 및 모바일) 부문 글로벌 마케팅센터장 이영희 부사장을 글로벌 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 보임하는 등 7명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2명의 사장을 위촉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영희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갤럭시 마케팅’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광고마케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유니레버코리아, SC존슨 코리아 등에서 근무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마케팅그룹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며 고객 가치·경험 중심 회사로의 성장을 선도해왔다”며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또 삼성전자의 대외협력을 수행하는 CR(Corporate Relations) 담당 사장이 교체됐다.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이 삼성전자 CR 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CR 담당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사무국을 맡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 집행위원을 겸한다. 박승희 사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풍부한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대내외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 후속으로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에 따라 이인용 사장은 다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기술 분야 전문가들의 승진이 두드러졌다.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김우준 부사장은 네트워크 사업부장 사장으로, DS(Device Solution·반도체) 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남석우 부사장은 글로벌 제조&인프라 총괄 제조담당 사장으로,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장 송재혁 부사장은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외에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백수현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 양걸 부사장은 중국전략협력실장 사장에 올랐다.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사장은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 사장으로, DX부문 삼성 리서치장 승현준 사장은 DX부문 삼성 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 사장으로 보직을 바꾼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하고 반도체 사업의 개발 및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핵심 사업에서 미래를 대비한 경쟁력 강화 의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CEO는 현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기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해 조직 안정을 도모했다.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