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대기업 신규사업 최소화
- 타일·전기 등 전문 수주 ‘가뭄’
- 매출 하락에 직원 감원 악순환
-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 호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잿값 상승 등으로 지역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규모가 작거나 하도급일수록 더 큰 타격을 받아 생계를 위협당하는 사례도 허다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섀시 업체 A 사는 최근 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1억 원가량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 A 사 관계자는 “자잿값 폭등 전 계약한 뒤 선금 30%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다. 최근 자잿값이 너무 올라 원청과 상의하니 ‘일단 공사를 마쳐라. 준공 후 잔금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준공 후에도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고, 법인 말소 후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며 “민사 소송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A 사는 울산의 공사 현장에서도 준공 후 1억2000만 원가량 공사 대금을 못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며 입을 모은다. 고금리도 큰 문제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색을 불렀다. 부산 건설업계 B 씨는 “대출을 상담하면 은행은 ‘100대 기업 내 건설사를 시공사로 데려오라’고 요구한다. 은행이 PF 대출을 꺼려 신규 사업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건설업계 C 씨도 “한마디로 죽겠다. 업계에 우는소리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건설업체는 그나마 낫지만 ‘먹이사슬’ 아래로 갈수록 타격이 크다. 대기업 건설사 D 사 관계자는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서 모든 사업을 신중하게 검토하며 몸을 사린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재무 상태가 양호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종합건설의 하청업자 사이에서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부산 실내건축업자 E 씨는 “원래 이 바닥이 건설사가 자기 먹고 살길은 다 만들어 놓고 공정별로 하청을 준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하청업자가 돈을 떼이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너무 잦다”며 “전기 창호 등 마감에 가까운 공정의 하청업자는 점점 돈을 받기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 타일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F 씨도 최근 3명이던 직원 중 2명을 감원했다. 집안일을 하던 아내가 대신 출근해 사무를 본다. F 씨는 “지금 신규 사업장이 없어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는 큰 공사가 많아 중국까지 가서 타일을 떼어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매출이 반토막 났다. 어쩔 수 없어 직원을 줄였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계는 건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 하청 업체와 노동자 모두 생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건설업자 G 씨는 “건설업계는 원청-하청, 하청-전문 노동자 등이 굉장히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원청에 일이 없으면 전문업계와 기술자는 물론 ‘함바집(건설 현장 식당)’도 일이 없어진다”며 “그만큼 무너지는 것도 연쇄적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