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이 주요 9개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18.4원(이하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59.1원 급락했다. 하루 변동 폭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 6일(64.8원 급등) 이후 14년 만에 가장 컸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으로 환율이 177원 폭락했던 2008년 10월 30일 이후 최대치였다. 지난 10월 31일 종가인 1424.3원과 비교하면 단 8거래일 만에 105.9원이나 떨어졌다.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 개념으로 환산하면 11월 중 원화 가치는 8.0% 절상됐다.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는 2.8% 하락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와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8.0%)이 달러 가치 하락률(2.8%)보다 2.8배 더 컸던 셈이다. 통화별로 보면 엔화의 절상률이 4.4%로 가장 컸고 프랑이 3.4%로 뒤를 이었다.

원화의 절상률이 2위인 엔화의 배에 가까운 수준일 만큼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외환 당국의 수급 안정책 ▷미국 물가 둔화 흐름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 9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5조30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순매수 자금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을 급증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 80억 달러 상당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조치도 달러 공급을 늘렸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물가라는 대형 변수가 가세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7% 올라 지난 1월(7.5%)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끌어내린 것이다.

다만 11월 중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원화 절상 속도는 심리적인 쏠림도 상당 부분 작용하는 만큼 지금의 원화 절상을 기조적인 기류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