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제구에 입주 앞둔 1호 아파트
- 임대차계약 2년 전에 끝났는데
- 32㎡ 기준 2960만 원 추가 요구
- 시행사 “시세 반영 특약 있다”
- 주거 취약계층 지원 취지 무색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공주거 복지 정책인 ‘부산 희망더함 아파트’가 급등한 건설 원자잿값에 흔들리고 있다. 1호 입주를 앞두고 시행사가 이미 계약한 임차인에게 보증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부분 청년인 임차인들은 “인상 폭이 지나치게 크고 책임을 임차인 부담으로만 돌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희망더함 1호 아파트인 연제구 A 아파트 시행사는 전세 보증금을 올리기 위한 동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존 보증금은 32㎡ 형 1억2080만 원, 49.5㎡ 형 1억9360만 원인데 시행사는 32㎡ 형은 1억5040만 원(2960만 원 ↑)으로, 49.5㎡ 형은 2억3200만 원(3840만 원↑)으로 각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의 증액 요구는 건설 원자잿값이 크게 올라서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지회에 따르면 철근(10㎜)과 H빔 가격은 2018년 12월 각각 ｔ당 66만5000원, 71만 원에 그쳤는데 2022년 4월에는 128만 원과 139만7000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레미콘 가격도 같은 기간 ㎥당 7만3732원에서 8만1100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시행사가 부산시와 맺은 공급 지침에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임대료를 재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시행사는 이에 따라 공급 지침에 명시된 주변 시세 상승 요인을 활용해 원자잿값 상승 부분을 만회하려고 한다. A 아파트 시행사 대표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2년 전보다 공사비가 40% 가까이 뛰었다. 한국감정원의 재평가 결과 임대료가 20%가량 상승해 시와 맺은 공급 지침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임차인과 맺은 계약서에도 ‘임대가가 주변 시세와 현격한 차이가 있으면 보증금을 변동할 수 있다’는 특약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임차인은 반발한다. 특히 이 아파트는 시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도입한 주거복지 사업에 따라 지어진 건물이라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건설 원자잿값이 오른 부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갑자기 3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임차인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시는 시행사와 맺은 공급 지침에 따라 시행사가 임대료 상향을 요구하면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다시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시는 대부분 이미 계약을 맺은 상태라 이에 대한 임차인의 동의를 받아 오라고 시행사에 요구했다. 시행사가 임차인에게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잡음도 나온다. 2020년 초 임대차 계약을 맺은 B(30대) 씨는 “계약 당시 특약을 설명했다고 하던데 기억에 없다. 불러서 갔더니 거의 확정된 것처럼 얘기해서 황당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원한다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해준다’고 하더라”며 “이미 계약한 뒤 원자잿값이 오른 걸 왜 임차인 탓으로만 돌리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시는 이미 임대 계약이 마무리된 상황이라 임차인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문위 개최를 위해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이미 임차인 모집이 끝나 동의서를 요구했다”며 “임차인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의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밝혔다.

희망더함 아파트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 내 상업지역에 민간 사업자가 주택을 건설한 뒤 신혼부부 청년 등 주거 취약계층에 인근 시세의 80% 수준으로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사업이다. 대신 사업자는 주택 용적률과 건축물 높이 규정 등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 서병수 전 시장 시절 추진됐던 ‘드림아파트’를 계승한 것으로, 100% 임대만 가능했던 드림아파트에 견줘 최대 49%까지 일반 분양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