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현금융지구 전경. 국제신문DB

2010년대 초반부터 구축 작업이 본격화된 부산 혁신도시가 수도권 공공기관의 이전 등에 힘입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 혁신도시 입주 기업의 97%는 고용 인원이 30명 미만인 소기업이었고, 특히 입주 기업 10곳 중 8곳 가까이는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이 아닌 부산 소재 기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혁신도시의 성과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25일 발간했다. 혁신도시는 수도권 공공기관 등을 비수도권으로 옮겨 기업·대학·연구소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여건과 높은 수준의 주거·교육·문화 등 정주 환경을 갖춘 미래형 도시를 말한다. 부산에는 ▷동삼지구(해양·수산) ▷문현지구(금융) ▷센텀지구(영화·영상)에 공동 주거지역인 대연지구를 합쳐 총 4개의 혁신도시가 있다. 산업연구원의 이번 분석은 4곳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우선 올해 6월 말 기준 부산 혁신도시 내 전체 주민등록인구는 73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7500명)보다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목표치(7000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올해 6월 기준으로 인구 목표치(2030년)가 달성된 곳은 부산과 전북 밖에 없었다.

부산 혁신도시 내 이전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 인원 중 지역 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7.0%에서 지난해 35.4%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목표치(27.0%)보다 8.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부산 혁신도시의 질적 성장을 좌우하는 기업 관련 지표가 외적 성장 지표인 인구 등과 달리 안 좋게 나왔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부산 혁신도시에는 총 176개 기업이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혁신도시에 입주하기 전 소재지가 ‘부산’인 기업은 134개(76.1%)에 달했다. 이 비율은 전국 혁신도시 입주 기업의 해당 비율(49.5%, 총 2047개 중 ‘동일 시·도’ 기업 1012개)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수도권 등 타지역 기업 유치를 확대하겠다는 혁신도시 구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과다. 실제로 부산 176개사 중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은 30개(17.0%)에 불과했다. 다만 부산 혁신도시 내 입주 기업 수(176개) 자체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경남(509개) ▷광주·전남(447개사) ▷전북(235개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이 밖에도 176개사 중 절대 다수인 171개사는 고용 인원이 30인 미만 기업이었다. 300인 이상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2개사는 30~299인 기업이었다.

산업연구원은 부산 혁신도시의 질적 성장이 더딘 이유로 수도권 중심의 대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할 여건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김정홍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산 혁신도시는 클러스터 용지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고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리적인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양질의 기업을 부산으로 유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산업연구원은 개별 공공기관 단위로 지방 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성이 유사한 공공기관을 동반 이전해 클러스터화를 추진해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