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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대형선망업계 <하> 선단 붕괴땐 공동어시장도 ‘공동화(空洞化)’…어획량 규제부터 풀어야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2-10-23 19:43:2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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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단 도산·철수로 내년 14개만 출항"
- 2000억 투입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 국제수산물도매시장 ‘전철’ 밟을 우려

- 한일어업협정 재개·타결 가능성 낮아
- 수산업계 "불합리한 어종별 TAC 풀고
- 대형선망 본선 200t 조정 우선돼야"

부산지역 수산업계의 ‘맏형’인 대형선망 선사들의 법정관리와 사업 철수 계획(국제신문 지난 19·20일 자 1면 보도)이 알려지자 지역 수산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한탄하는 목소리가 크다. 7년째 중단된 한일어업협정은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도 풀릴 기미가 없다. 수산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업계 고사로 규모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원망섞인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선단 ⅔로 축소”…공동어시장 현대화 차질

지난 21일 종합국감에 참석한 조승환(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23일 대형선망조합 등에 따르면 19개 선단의 직접 고용인원은 1520명,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6000여 명에 이른다. 여기다 부산공동어시장·조선소·선수품업체·중도매인·유통업·냉동창고업 등 연관산업으로 확대하면 3만 명이 넘는 고용을 창출한다. 3개 선단 도산 및 4개 선단 철수 사태에 직면하면 1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어기 때는 많아야 14개 선단만 출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상황도 암담하다. 대형선망은 면세 경유값이 드럼(200ℓ) 당 8만~12만 원인 2015~2018년 24개 선단이었다가 2019년 22개, 2020년 이후 19개 선단으로 줄었다. 올해는 어기가 시작한 6월 드럼 당 25만9270원, 이달엔 26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협중앙회 어업경영조사보고에 의하면 지난해 대형선망 1개 선단 평균 어업비용은 127억7600만 원이며 이 중 연료비가 20억3600만 원을 차지했다. 1년 전 면세유는 드럼 당 12만9860원이었다. 현재의 절반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 선단 당 연료비는 40억 원이 넘는다. 여기다 어황도 나빠 적자폭이 크게 늘면 선단 붕괴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선망 선단이 줄어들면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지난해 위판된 물량(15만2800t) 중 85%(13만872t)가 대형선망 물량이다. 대형선망이 무너지면 2000억 원 이상 투입될 어시장 현대화사업도 결국 위판량 부족으로 국제수산물도매시장(서구 암남동)처럼 ‘공동화’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업협정 효과 미지수…규제부터 깨야

한일어업협정이 7년째 중단되면서 어장은 축소됐다. 한일어업협정은 양국 어선이 서로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지정된 조업량, 어선 숫자, 조업 기간을 지키면서 어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어업협정 미타결로 2016년 6월 이후 양국 어선들이 상대 EEZ에서 전면 철수한 상태다. 해양수산부가 협상을 재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어업협정을 진행하되 수산자원 분포도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년 동안 온난화 현상으로 어종이 계속 북상하는 등 분포가 달라졌지만 일본 EEZ 쪽 수자원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협상 타결 가능성도 높지 않다.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한 물로 키운 광어를 홍보하는 일본이다. 협상 대가로 분명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얻을 수 있는 게 불확실한 상황인데 협상을 서둘렀다가는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계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도 지난 21일 종합국정감사에서 “실무협의를 타진하고 있지만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며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종별 총허용어획량제도(TAC)와 어선 톤수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노동계·학계 등은 129t에 묶인 대형선망 본선 규모를 200t 정도로 현실화해달라고 요구한다. 대형선망수협 천금석 조합장은 “그물 크기만 규제하면 문제가 없다. 대형선망이 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수십 년 써야 하는 배를 현재 규제에 맞춰 신조하기는 어렵다.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폐선 직전인 일본 배를 들여와 수리해 썼는데 이제는 기준에 맞는 중고선도 자취를 감췄다”고 하소연했다. 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배가 작다 보니 풍랑에 취약해 사고 위험이 높고, 안전장치를 설치할 공간도 없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고집하기보다는 선원사고 예방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본선 크기 확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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