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해상사고 예방과 어민들의 편의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준비 부족과 공감대 미형성 등으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따르면 해수부가 중점 추진 중인 ‘한국형 e-내비게이션(바다내비게이션) 구축 사업’은 목표 대수 1445대 가운데 올해 9월까지 10대만 설치된 상태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이 사업은 연안에서 최대 100㎞ 떨어진 해상까지 통신이 가능한 초고속 첨단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박 운항자에게 충돌이나 좌초 등의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정부가 비용의 50%를 지원하지만 1대 당 가격이 308만 원이나 돼 어민들이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명서에 영어를 포함한 어려운 용어 표기가 많아 연령대가 높은 어민들의 사용이 힘들다는 점도 보급률이 낮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당초에는 장비 보급 기관이 수협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2곳이었으나 올해부터 수협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떼는 바람에 공단의 업무량이 많아진 것 역시 사업 차질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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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바다내비게이션 보급 사업’ 개요도. 해수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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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공정한 선박 매매를 위해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어선거래체계’도 어민의 외면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체계는 가격이나 재원 등 선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어선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2016년 어선법 개정 때 도입됐다. 그동안 거래 현장에서는 선박에 대해 잘 모르는 어민·귀어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중개업자들의 매매대금 편취나 사기대출 등이 자주 발생했다. 중개업자가 선박 가격을 턱없이 부풀리는 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아주 낮은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등록 어선 871척 가운데 37척(4.2%)만 이 체계를 통해 거래됐다. 연도별 거래 건수는 2019년 6건, 2020년 12건, 2021년 19건 등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대 목표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수부와 업계에서는 어선 매매는 아직도 현장에서 직거래로 진행되는 사례가 많은 데다 어민들의 인지도가 낮아 어선거래체계 이용이 부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운영된 지 5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활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체계 자체에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김승남 의원은 “바다내비게이션 사업에는 2016년부터 1308억 원이 투입됐는데도 보급률이 저조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해수부는 특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갑 의원도 “어선거래체계를 어민들이 외면하고 있지만 해수부는 막연한 추측만 할 뿐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확한 분석을 통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