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돌려 받지 못한 보증금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악성임대인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 중 30대 이하가 관련된 사례는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12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HG)에 따르면 지난 8월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는 511건, 금액은 1089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각각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사고 금액과 건수가 1000억 원, 500건을 넘어선 것도 지난달이 처음이다.

현재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 취급하고 있는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상품은 2013년 9월 처음 출시됐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들 기관이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 상품의 사고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연도별로는 2016년 34억 원, 2017년 74억 원, 2018년 792억 원, 2019년 3442억 원, 2020년 4682억 원, 2021년 5790억 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 1~8월의 누적 사고금액은 5368억 원으로 조만간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달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돌려준 보증금 액수(대위변제액)도 830억 원(398건)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는 이전의 최대치였던 지난 6월(570억 원)에 비해 1.5배 늘어난 수치다.

부산의 주택가. 국제신문DB

세입자에게 상습적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관리 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은 지난 7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개인과 법인을 포함해 203명이었다. HUG는 전세보증보험 채무자 가운데 대위변제 건수가 3건 이상이며 미회수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악성임대인으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떼먹은 보증금 7275억 원 가운데 HUG가 회수한 금액은 1018억 원으로 14%에 수준에 머물렀다. 악성임대인 중 14명은 미회수액이 100억 원 이상이었으며 578억 원(285건)의 보증금을 떼먹은 사례도 있었다.

30대 이하 세입자가 악성임대인에게 돈을 떼인 사례는 2808건으로 전체(3761건)의 74.7%를 차지했다. 피해 금액은 전체 금액(7824억 원)의 74.2%인 5809억 원이었으며 1인 당 평균 피해액은 2억 원이 넘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악성 임대인들이 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공모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뒤 세입자를 끌어들이고 그 보증금을 밑천 삼아 다세대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 1일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전세 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근저당권 설정 등 꼼수 및 사기 의심행위 원천 금지, 전세 계약을 맺기 전에 세입자에게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는 체납 세금·대출금 보유 여부 공개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