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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여행기] 30시간 날아 갔더니 눈이 없었다

비행기 탑승만 4차례… 30시간 넘는 여정

기대한 설원은 없지만 태초의 신비 간직

작은 마을이지만 대형마트에 식당도 여럿

박물관·빙하트레킹 등 즐길거리도 풍부

기후변화로 관광업 위태…위기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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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과 가장 가까운 알려진 롱위에아르뷔엔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길고 긴 길(장도·長道)이었다. 김해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국내선을 갈아타고,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후 도하에서 환승 한 후 노르웨이 오슬로에 도착하는 데만 꼬박 24시간. 오슬로에서 트롬쇠를 거쳐 롱위에아르뷔엔까지 가는데 약 5시간이 더 소요됐다. 공항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30시간은 훌쩍 넘는다.

마을 초입에 있었던 개 사육장. 북극곰이 마을 근처로 오면 개들이 짖어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설치했지만, 지금은 폐쇄시킨 지 오래다.
롱위에아르뷔엔 주택가 전경. 알록달록한 집들이 모인 모습은 이 마을의 랜드마크.


●비행기로 30시간 걸리는 오지…있을 건 다 있다

비행기에서 밤과 낮을 보낸 탓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인 지난달 28일 마을에 도착했다. 8월 말에 찾은 이 지역은 백야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듯 노을이 지고 어스름해지다 곧 해가 다시 떠올라 비현실적이라는 단어가 입속에 맴돌았다.

마을을 둘러싼 산에서는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었다. 얼음과 눈이 사라지자 어른 주먹 크기만 한 돌들로만 가득 채워져 마치 거대한 석탑처럼 보였다. 기대했던 설원을 볼 수는 없었지만, 태초의 산을 엿본 듯 해 경외감도 들었다.

인구는 3000명을 못 넘는 작은 마을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COOP’이라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필요한 식자재와 전자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4, 5곳 정도인 식당의 음식도 꽤 훌륭한 편이었다. 다만 노르웨이 물가가 그렇듯 햄버거와 감자튀김 한 접시가 3만 원은 가볍게 넘어섰다. 대부분 식당에서 고래고기 스테이크도 판매했는데 호불호가 매우 명확히 갈리는 음식이었다.

이 지역의 특산품은 석탄이다. 길 가다가도 발에 채는 게 석탄일 정도로 넘쳐난다. 아이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경제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석탄을 활용한 목걸이 비누 장신구 등 기념품도 쉽게 볼 수 있다. 1906년 광산업자 존 먼로 롱이어가 석탄 채굴사업을 시작한 후 1970년대까지 막대한 양의 석탄을 퍼냈다. 당시 인구 대부분은 광부와 그들의 가족이다. 지금은 한 곳에서만 석탄을 캐내고 있으며 소규모에 그친다. 마지막 남은 7광구도 수년 내에 폐광될 예정이다. 현재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은 북극 관련 연구와 관광업이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마을을 둘러보자 기다란 장총을 든 사람을 여럿 볼 수 있었다. 마을 경계를 넘어서서는 총기를 휴대하거나 휴대한 사람을 대동하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다. 자칫 굶주린 북극곰의 사냥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롱위에아르뷔엔의 주인은 북극곰이다. 마을을 둘러싼 스발바르제도의 곰은 최대 5000마리로 집계돼 사람보다 배 가량 많다.

스발바르박물관에 전시된 초기 정착민의 가옥을 복원한 모습.


●인류의 미래와 북극의 역사 간직한 위기의 마을

북극대학에 위치한 스발바르박물관은 꽤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규모는 국내 국립박물관의 한두 개 전시실에 불과했지만 북극과 마을의 역사를 압축적이면서도 이야기하듯 알려주는 공간이다. 각종 사진과 영상자료는 영어와 노르웨이어가 함께 병기돼 있어 요즘 중고생 수준의 영어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 마을에 처음 정착했던 이들이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재현했고, 탄광 채굴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까지 마련했다. 중고생 북극체험탐험대도 입을 모아 “박물관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인지 몰랐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인근에 있는 사설 북극탐험박물관은 스발바르박물관과 비교하면 꽤 난해했다. 그러나 극지탐험과 관련한 신문기사, 인터뷰, 편지, 각종 문서, 영상자료가 풍부해 극지 전문가라면 즐길 거리가 풍부해 보였다.

마을 외각지에는 세계종자보관소가 있다. 필수 관광코스지만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고 외부에서 기념사진 촬영만 가능하다. 종자를 저온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 일 년에 서너 차례만 문을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에는 전쟁, 기상이변 등 종자 멸종에 대비해 약 100만 종에 달하는 씨앗이 영구 보관됐다. 약 2만 종 이상의 우리나라 종자도 여기에 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지더라도 영하 18도의 보관온도가 0도까지 오르는 데 200년이 걸리도록 설계됐다고 하지만 바닷가 근처에 만들어 해풍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내부에 누수 사고도 발생했다.

관광업이 주요 산업인 롱위에아르뷔엔은 위기의 북극마을이다. 이 마을 필수 관광코스는 단연 빙하트레킹이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빙하지대를 걷기 위해 이 마을을 방문한다. 그러나 아무리 여름철이라지만 5시간 트레킹코스를 돌며 빙하지대를 걷는 시간은 고작 2시간에 불과했다. 온난화로 매년 무서운 속도로 눈과 얼음이 녹아내렸고 복원될 틈도 없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관광객이 주로 여름철인 6~8월에 집중적으로 찾는다는 점이다.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시작하는 11월부터 4개월 동안 관광객 발길이 완전히 끊긴다. 이후에도 혹한의 추위와 짧은 낮 길이 탓에 관광객이 드물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위기감도 높다. 한 기념품 상점 주인은 “마을 주민들 최대 걱정은 기후변화다. 계속해서 여름이 길어지고 따뜻해지면 관광업이 무너지고 마을의 존립 기반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주민들은 눈이 사라지자 개 썰매에 바퀴를 달아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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