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내년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전체 예산이 올해보다 3조 원 가까이 줄어든다. 긴축 재정 방침에 따라 투자 효율화 차원에서 감액을 결정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SOC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나 도시 인프라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주요 사업의 차질이 우려된다.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아예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2023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 SOC 전체 예산은 25조1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올해(28조 원, 이하 본예산 기준)보다 2조9000억 원 줄어든 것이다. 감소율은 10.4%에 달한다. 정부는 “그동안의 지출 확대를 감안해 투자 적정화를 결정했다”며 “현장 소요 및 집행 상황을 재점검해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OC 예산은 ▷2018년 19조 원 ▷2019년 19조8000억 원 ▷2020년 23조2000억 원 ▷2021년 26조5000억 원 등 이전 정부에서 매년 증가세(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SOC 세부 항목별로 보면 도로가 올해 8조5478억 원에서 내년 7조7828억 원으로 7650억 원(8.9%) 줄어든 것을 비롯해 ▷철도·도시철도 8112억 원(-9.5%, 8조5756억 원→7조7828억 원) ▷해운·항만 1380억 원(-6.8%, 2조320억 원→1조8940억 원) ▷지역 및 도시 7679억 원(-25.2%, 3조439억 원→2조2760억 원) ▷물류·항만·산단 2979억 원(-7.2%, 4조1635억 원→3조8656억 원) 등 대부분 항목에서 예산이 줄었다. 정부가 분류한 SOC 전체 6개 항목 중 예산이 늘어난 것은 수자원이 유일했다. 올해 1조6055억 원에서 내년 1조6918억 원으로 863억 원(5.4%) 증액됐다.

비수도권 소비·상권 활성화 등을 위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역화폐는 전국 약 230여 개 지자체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해당 예산은 2019년 533억 원에서 2020년 6298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1조2522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 7053억 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2022년 예산안’을 발표할 때에도 지역화폐 예산 삭감이 논란을 불러 온 상황에서 내년에는 아예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기획재정부 김완섭 예산실장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관련 예산이 급증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지역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며 “지역화폐를 통한 정책 효과도 (전국 단위가 아니라) 온전히 지역 사회에 한정된다고 판단해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올해 6조9000억 원에서 내년 4조5000억 원으로 감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