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간 1000억 펀드구성 추진
- 1조 기반 펀드 운용 조직 계획
- 전국 첫 시도, 성공여부 주목
- “부산 경쟁력 혁신 기회될 것”

“부산창업청은 단순히 시 산하 공공기관이 하나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창업을 계기로 부산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성희엽 부산창업청 추진단장이 창업청의 설립 의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추진단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설립작업이 시작된 창업청에 대해 지역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창업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꾸준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성격이 다른 업무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발생할 혼란에 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성희엽 창업청 추진단장은 21일 “기대와 우려 모두 지엽적인 시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창업청은 창업지원을 넘어 지역 분권 의제의 핵심 역할을 할 곳”이라고 말했다.

성 단장은 창업청을 기반으로 지역정부가 정책의 수립·기획부터 수행까지 맡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부처가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면 지자체가 수행하는 방식과 달리, 지역정부가 적어도 기존 정책을 지역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법인 형태로 구성될 기관에 굳이 청(廳)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 단장은 “시가 정부의 권한과 위상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상징적 의미로 ‘청’이라고 붙였다”며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만큼 창업청 성공여부를 다른 지자체도 관심 있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청은 1년에 250억 원씩 4년간 1000억 원 펀드 구성을 목표로 한다. 성 단장은 이를 기반으로 1조 원 상당의 펀드를 운용할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시 예산 중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은 일회성 행사예산을 대폭 줄이고, 각종 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추가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방안도 비공개 논의 중이다. 성 단장은 “지난해부터 대표를 맡은 부산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는 예산 12억5000만 원으로 80곳이 넘는 곳에 투자를 했는데, 일부 일회성 행사에는 수십억 원이 지원되기도 한다”며 “지난 5년간 시의 벤처기금 출자 규모는 235억 원으로, 대전(983억 원)과 광주(325억 원)보다 턱없이 적다.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청은 IPO(기업공개) 기업 3~5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러 개의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신생 스타트업) 기업을 키워내는 게 최종 목표지만, 우선은 IPO기업 만들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업청은 초기창업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현행 지원제도와 달리 성장기업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울러 창업청 설립으로 시 산하 다른 공공기관에 긴장감을 부여할 방법도 마련할 예정이다.

법이나 행정이 아닌 ‘창업’을 매개로 개혁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성 단장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가 창업이고, 한번 빠지면 끝을 보는 부산사람의 기질과도 통하는 점이 있다”며 “부산은 수도권에 밀리고 있지만, 아시아 전체로 보면 경쟁력이 상당한 도시다. 오는 11월 벡스코에서 여는 부산창업엑스포를 통해 해외 인력과 교류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