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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7> 세계박람회 메커니즘의 변화

인류 과제해결의 場으로 전환은 악수 … 창의적 주제 목마르다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07-25 19:18:3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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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부정적 여론에 대응
- 인류에 도움 되는 박람회 선언
- 1933년 시카고서 주제 첫 등장
- 광범위한 내용 구현방식 어려움
- 중복된 주제 등 문제점 이어져

- 기존 시설 활용 2000년 하노버
- 대다수 전시관이 영상만 틀어놔
- 비일상 체험지수 부족으로 혹평
‘우주 시대의 인류’를 주제로 열린 1962년 미국 시애틀세계박람회의 랜드마크인 ‘스페이스 니들’ 전경.
■여론 악화에 “국제사회 도움되게”

국제박람회기구는 1990년대에 이념 측면에서 새로운 방침을 제시했다. 1994년 6월 총회에서 세계박람회는 “현대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주제라야 한다”며 ‘자연과 환경의 존중’과 ‘자연 환경보호’의 관점을 반영해 결의를 채택했다. 당시에는 생태환경, 지속 가능성, 무배출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보급되기 시작해 대중의 환경 의식이 확산될 무렵으로, 환경문제는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다. 국제박람회기구는 “세계박람회의 역할은 끝났다”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이른바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세계박람회”를 선언한 것이다. “세계박람회는 낭비”라는 분위기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이지만, 이 방침이 머지않아 세계박람회를 “과제해결의 장”이라고 표방하는 현재의 역할을 만들었다. “세계박람회는 단순히 산업기술의 전시·소개가 아닌 지구 규모의 과제를 해결하는 장”이라는 구상으로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세계박람회”의 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노선으로 달린 것이 좋지 않았다. 세계박람회를 곤경에 몰아넣은 최대의 원인은 이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 요청 부응한 현실적 주제

‘기술 시대의 레저’라는 주제를 설정했던 1988년 호주 브리즈번세계박람회 모습.
세계박람회에 주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실은 세계박람회에 최초로 주제가 등장한 것은 1933년 시카고세계박람회로 현재 90년 정도 역사밖에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82년간은 주제 없이 개최됐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보 앞선 미래’를 실감시키는 물건을 전시하는 것만으로 최강의 미디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앞에서 이야기해 온 대로다. ‘물건으로 말하는 박람회 = 제1세대 세계박람회’에서는 물건이 전부이고, 생각해야 할 것은 “얼마나 획기적인 물건을 전시할 것인가”뿐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보면 알 수 있다”는 시대는 끝나고, 전시관 참가자의 동기 부여가 간단한 ‘제품전시’에서 ‘국가 브랜딩’으로 전환했다. 세계박람회 자체도 “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려고 구상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개념이 필요했다. 사실 앞에서 소개한 국제박람회 협약도 ‘부문’이라는 개념으로 세계박람회가 “보여주는 것”을 성격 부여하려고 했다. 이런 정의가 채택된 이면에는 “무엇에 대해 전달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 세계박람회는 미래가 없다는 문제의식이 대두됐을 것이다.

국제박람회 협약체결 5년 후 1933년 시카고세계박람회에 처음으로 공식 주제가 등장했다. 주제 제1호는 1933년 시카고세계박람회의 ‘진보의 세기’였다.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의 100년을 전망한다는 제언이었다. 주제란 “이 문제에 대해 모두 함께 생각하자!”고 주최자가 호소하는 것이다.

2000년 독일 하노버세계박람회 모습. 이 박람회는 효율성을 내세워 기존 국제전시회 시설을 활용하는 바람에 볼거리와 체험할 거리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능적으로는 “참가자의 문제의식을 유도하는 공통의 열쇠”이며, “세계박람회를 하나의 개념으로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때 뿌려진 씨앗이 자라서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세계박람회 체제를 구조 수준에서 지탱할 정도의 존재가 되었다.

아무리 주제 설정이 세계박람회의 기본방향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세계박람회의 현실을 ‘주제’의 실현 가능성까지 냉철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 주제 또한, 예전처럼 기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없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제의 구현방식이 세계박람회의 국제참가자인 참가국과 국제기구, 글로벌기업의 전시관 전시 준비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간파해야 한다.

등록(세계)박람회의 경우 40∼50%의 참가국이 참가하는 데만 의의를 두고 실질적으로는 주제를 반영하지 않거나 전시 및 공연 콘텐츠가 부실해 관람객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인정(전문)박람회의 경우 주제의 중복과 반복이 빈번했다. 예를 들면 해양을 주제로 한 것이 5개로 가장 많았다. 1954년 나폴리, 1975년 오키나와, 1992년 제노바, 1998년 리스본, 2012년 여수였다. 다음은 에너지를 주제로 한 것이 3개로 1958년 브뤼셀, 1982년 녹스빌, 2017년 아스타나였고, 물을 주제로 한 것이 3개로 1939년 리에주, 1984년 뉴올리언스, 2008년 사라고사 등이었다. 시기적 간격을 두고 분석해보면, 상상력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주제의 전시 표현에 있어 조직위원회의 방식은 변한 것이 없다. 국제참가자는 적든 많든, 자국의 광고대행사 또는 전시회사에 의뢰할 것이며,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전시를 보여줄 것이다. 광범위한 개념을 선호하는 주제에 관한 열망 때문에 전시 내용과 형식을 반영하기 어려워졌다. 많은 참가국이 개최국에서 제시한 주제의 성격이 너무 추상적이며 철학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복잡 다단한 전시관의 전시 준비 진행상의 곤란을 겪는 것 말고도, 참가국은 자국의 산업이나 기술력과 문화관광을 널리 알릴 기회가 더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세계박람회란 국경을 초월해 주제를 구현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카고세계박람회 이후 현재까지 수십 개의 주제가 등장했다. 내용의 좋고 나쁨은 있지만, 적어도 “현대사회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국제박람회기구가 왜 그런 결의를 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필자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는, 예를 들면 1962년 시애틀세계박람회의 ‘우주 시대의 인류’, 1988년 브리즈번세계박람회의 ‘기술 시대의 레저’ 등이다. 뛰어난 주제는 창조적인 해석과 콘셉트로 연결되며 참가자의 창조 의욕을 자극한다. 반대로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의 ‘보다 좋은 도시, 보다 나은 생활’처럼 아무런 촉발성도 없이 관청의 구호 같은 주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역풍을 헤쳐나간 세계박람회

세파에 시달리며 1990년대를 극복한 밀레니엄 이벤트가 동서 독일 통일 10주년을 기념하는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였다. 근소한 차이로 주민투표를 거친 세계박람회였다. 기존 국제전시회 시설을 활용한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는 ‘효율적인 세계박람회’를 목표로 했다. 하노버는 ‘하노버 메세’(산업박람회)로 유명한 국제 견본시(見本市) 도시다.

전시 면적 50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견본시 시설을 모두 수용해 전시관으로 사용한다는 합리화 계획을 제시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참가국의 전시 비용 절감과 기존 인프라의 활용 등을 통해 “세계박람회는 낭비”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세계박람회장 면적 163㏊ 안에, 기존 견본시 시설이 88㏊이며, 신규 조성지가 75㏊였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이 조성지역에 자체 국가관을 건설하는 한편, 개발도상국들은 빠짐 없이 홀(Hall)이라는 기존 견본시 시설에 공동관 참가를 선택했다. 분명히 “효율적인 세계박람회 개최”를 실천했다.

그런데 문제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버렸다. 화려한 축제의 분위기가 과거의 세계박람회에 비해 뒤떨어졌고 세계박람회의 매력을 지탱해왔던 ‘비일상 체험지수’가 극단적으로 낮았다. 합리적이며 기능적으로 만들어진 견본시 회장의 풍광은 ‘축제장의 즐거움’과는 정반대였다. 놀아도 유머가 안 느껴지고 걸어도 설레이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성실한 독일인의 기질이 영향을 주었다고 해도, 역시 기업 간 거래(B to B) 견본시장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세계박람회에 적용한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전시관의 전시도 ‘비일상 체험지수’가 부족했다.

특징적이었던 것은 전시공간을 영상으로 채우는 기법이 범람했다. 선진국 대부분이 이런 스타일이었고, 좌우간 벽이라는 벽에는 찰칵찰칵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바로 이 무렵, 액정 프로젝터의 기술혁신으로, 급격히 소형화되고 밝아지고 저렴해진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내용이 알찬 전시가 되었다며 만족하는 제작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관람객의 반응은 싸늘했고 보기에도 지쳐 있었다. 각 전시관에서 모두 프로젝터 영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당연했다. 반대로, 관람객이 웃으며 즐거워했던 것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각인형을 파는 아프리카의 아주머니와 대화하거나 카레를 먹으면서 보는 아시아의 민속무용이었다. “기념품 판매점 없음”, “영상관, 식당 없음”이라고 무시했던 개발도상국의 국가관이었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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