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정책적으로 국적선사의 해외터미널 확보를 지원해 최근에 확산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진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해외 터미널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쳐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부산항 신항 내 HMM이 운영하는 현대부산신항만(HPNT). 국제신문DB

KMI는 23일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세계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연속된 위협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 저하는 다시 세계 경제의 침체를 부추기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며 “공급망의 안정성 저하는 전 세계 무역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해상운송 부분에 있어 그 영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사이자 터미널운영사인 일부 하이브리드형 선사는 자사의 터미널을 이용하여 항만 내 대기시간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선박운영의 정시성을 확보함으로써 서비스의 안정성을 도모시키고 있다. 주로 미서부 항만을 주로 이용하는 미국의 Matson사는 자사가 100% 소유한 LA/LB항의 SSA Matson 터미널을 이용하면서 항만 내 대기일수를 ‘0’으로 유지했고, 대만의 Evergreen사도 LA/LB항의 Everport를 이용하면서 타 선사가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평균 47일의 운항시간을 가지는 동안 이의 36% 수준인 17일의 운항시간을 가져 팬데믹 이전 운항시간(2019년 평균 19일)보다 빠르게 선박을 운용했다.

이런 하이브리드형 선사는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자사의 터미널을 이용함으로써 항만대기시간 단축은 물론 정시성을 확보해 수익을 창출했다. 하이브리드형 선사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을 운송하는 Maersk, Cosco, Evergreen, CMA CGM, NYK Line, K Line, Yang Ming 등으로 전 세계 122개국에 240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HMM이 유일하며 8개 터미널 운영 및 지분에 참여하고 있다.

KMI는 국적선사가 해외에 터미널을 확보함으로써 선박의 항만 내 대기시간을 절감할 경우, 선박의 운항비용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아시아-북미항로 기준 2021년 평균 47일(2019년 평균 19일)이 소요된 점과 동일 항로의 평균 선형인 9000TEU급 선박의 2021년 평균 용선비용(6만9992달러/1일)을 감안할 경우, 1척당 연간 1882만4000달러의 용선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터미널을 매입하거나 지분 참여를 하려 해도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선박은 돈만 있으면 계속해서 발주할 수 있지만, 항만은 물리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노선이 많고 물동량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터미널을 운영해야 한다. 비인기 터미널을 마구잡이로 매입하거나 지분 참여를 하면 오히려 모기업인 해운사의 노선이 늘어져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터미널은 계속해서 적자를 내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목 좋은 곳에 있는 항만은 세계 주요 해운사가 모두 참여해 들어갈 틈이 없다. 중국 국적해운사처럼 어마어마한 수출입 물동량을 움직일 수 곳은 스리랑카 콜롬보항 같은 신규 항만 개발에 투자해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해운사는 미지수다. 국책사업이라며 무분별하게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항만을 구입하기 보다는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천천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