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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1>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왜 줄어드는가

허술한 연구 의존해 만든 온갖 규제, 韓 어업 퇴보 주범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07-05 20:24:5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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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자료와 통계 바탕으로
- ‘남획으로 자원 붕괴’ 공포 조장
- 금어기·금지체장 등 확대 적용

- 식물플랑크톤 수 급감 등 주장
-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 없어
- 세계 어획고 오히려 매년 증가

몇 년 전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해 100만t 아래로 내려가면서 해양수산부가 원인 분석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어촌 인구는 줄고 젊은이는 점점 어업을 외면하고 있다. 1000억 원대의 예산을 들여 수십 년 동안 연안에 인공어초를 뿌리고 바다숲을 조성하는데도 왜 어획고는 줄기만 하고, 어민은 어업을 그만두려고 하는가?
부산항 남항에서 어선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장을 향해 힘차게 출항하고 있다. 어민들은 규제 위주의 어업정책으로 인해 어업생산량을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신문 DB
■물고기 못 잡게 규제하는 어업정책

그 이유를 한마디로 답하면, 해양수산부가 불요불급한 규제를 만들어 어민이 물고기를 잡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조선에 거주하거나 일본 연안에서 조업하던 일본 어민을 위해 만들었던 어업 규제가 지금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다. 전기자동차가 달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어업 형태와 어선 규모는 100년 전 인력거 시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선진국을 흉내 내어 수산자원을 회복하겠다면서 감척사업에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도입하고, 온갖 어종에 대해서 효과가 입증 안 된 금어기와 금지체장(일정 길이에 미달하는 수산물 포획 금지)을 확대 적용해 일제 강점기보다 더 심하게 어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면 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우리 어민이 바다에서 고기를 못 잡게 이렇게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확대해오고 있을까? 수산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제대로 조사나 연구를 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정보를 수산정책을 개발하는 사회경제학자와 해양수산부 공무원에게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금 국립수산과학원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나, 여기 연구자를 가르치고 수산정책 수립 기초를 만든 관련 대학교수도 책임을 벗어나기 힘들다.

이들은 불확실한 ‘어획 노력량’ 자료로 엉터리 통계분석을 통해 어민들이 ‘남획’해 우리 바다에서 수산 자원이 계속 줄어들어 곧 붕괴할지 모른다면서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인공어초나 바다숲 같은 혈세를 탕진하는 바다 토목사업을 합리화해왔다. 이 남획 논란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세기 초 세계 어획고가 한 해 1000만t도 안 되었을 때도 남획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으나, 10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어획고는 이미 8000만t을 넘었다. 일제 강점기에 동중국해와 서해에서 일본 저인망 어선이 최대 5만t 어획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때도 남획이 일어나고 있다고 일본의 일부 연구기관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으나,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한중일 어선이 그 160배인 한 해 약 800만t을 꾸준히 잡아 오고 있다.

■수산자원량 줄어들지 않은 이유

우리 바다에서 수산 자원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근거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우리 바다 수산자원 생산량을 결정하는 식물플랑크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오른쪽 ‘어업생산량 원리’ 기사 참조). 인공위성 사진으로 추정한 우리 바다 식물플랑크톤 생산량 공간 분포는 해마다 놀라울 정도로 거의 같다. 또 해양생태계 평균 먹이사슬 길이가 늘었다거나 생태 효율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본 적도 없다.

둘째, 어획고 통계를 보면 한국 어선 어획고는 실제 1990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나, 우리 바다에서 조업한 중국 어선 어획고를 합쳐 보면 한 해 220만t 수준에서 거의 일정했다. 우리 바다를 포함한 북서 태평양 전체 어획고를 봐도 지난 40년 동안 약 2100만t에서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어획고, 어종 구성이 기후 변화에 따라 크게 바뀌어도 전체 어획고는 거의 일정했다.

셋째, 우리 바다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종이 남획되었느냐고 수산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경우를 들어보지 못했다. 가령 남획 대명사인 참조기는 한국과 중국의 경계에 있는 ‘한중 과도 수역’을 중심으로 그 어획고가 최근 10배나 늘었다.

■불필요한 수산 규제법 혁파부터

이렇듯 우리 바다의 수산 자원량이 해마다 거의 일정하다면 지속 가능한 어획량은 얼마나 될까? 식물플랑크톤 생산량, 수산자원을 떠받치는 멸치 생산량을 고려할 때 한 해 400만t으로 추산한다. 이 정도 어획고를 올리려면 먼저 불필요한 ‘수산 규제법’을 혁파해야 한다. 이를테면 금지체장이 대표적이다. 작은 물고기를 덜 잡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그물코 크기 규제인데 여기에 추가로 금지체장을 정하면 이중 규제다. 그물에 잡힌 고기는 이미 죽었는데, 금지체장보다 작다고 바다에 버리라고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어민을 골탕 먹이는 법밖에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어떤 어종에 대해 TAC를 굳이 적용하겠다면, 나머지 관련 수산 규제는 모두 없애줘야 한다.

둘째, 일제 잔재로 지금도 200t 이하로 정해진 어선 규모 상한을 없애야 한다. 유럽처럼 5000t 이상 어선에 어획부터 냉동·포장까지 가능하게 자동화해 적은 수의 선원으로도 어업 경영 효율을 크게 높여, 어선 어업에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셋째, 우리 어업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한중 어업협상을 개선하고 우리 영해 경계선을 따라 대형 어선이 상시 조업해 이웃 나라 어선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동경 128도 문제와 같은 조업구역 제한을 없애야 한다. 군사력이나 경찰력으로 어업 주권을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민간 어선을 활용한 어업 주권 확보에 이번 새 정부가 혁신적 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해본다.

이 세 가지가 수산 개혁방안으로 실현된다면, 실제 지금 우리 바다에서 한국과 중국 어선이 잡는 어획고가 한 해 250만t 정도이고, 최근 중국이 1200만t, 일본이 1980년대에 약 1000만t, 러시아가 350만t을 잡은 것과 비교해보면 우리 연근해 어획고 400만t은 그렇게 허황한 목표가 아닐 것이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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