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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4> 해답이 아닌 질문으로

계몽시대 종말 … 예술적 영감으로 개인 문제의식 일깨워야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06-13 19:11:1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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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하노버박람회 스위스관
- 목재 쌓아 미로같은 공간서 연주
- 설명의 개념 탈피한 새 시도 눈길

- 2010년 상하이박람회의 영국관
- 아크릴 막대 속 6만 종 식물 종자
- 독특한 건축물로 관객 흥미 유발

- 현장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채워
- 방문객에 강도 있는 질문 던져야
영국관 내외부에 6만 개의 아크릴 막대가 밤송이처럼 노출된 모습. 막대 끝에는 1개씩 다른 식물의 종자가 들어 있어 이 건물은 ‘종자 대성당’으로 불렸다.
■왜 ‘해답’이 아니라 ‘질문’인가?

미래를 향한 가치있는 질문을 던지고 전파할 수 있을까? 현재도 세계박람회에 의의가 있다면, 이 한 가지뿐이다. 왜 현재의 세계박람회는 재미가 없을까? 왜 과대한 연출에 관람객은 실소하는가? 왜 폐막한 후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가?

2010년 중국 상하이세계박람회의 영국관 전경.
한마디로, 현재의 세계박람회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서로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재미도 없고 다음으로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AI, 로봇, 자율주행,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21세기의 기술은 대단한지 모르지만, 과제 해결에 대한 수단의 합리성을 말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세계박람회가 새로운 기술을 전시하고, 논리와 사실로 ‘과제 해결’을 말한다면, 그것은 ‘수단의 변화’를 모두 보여주고, 합리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과연 ‘수단의 전시회’가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을까? 4인 가족이 세계박람회의 하루 입장료와 식음료비를 포함해 관람경비 20만~25만 원을 지출하고 싶을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지구 규모의 과제를 AI로 해결하자는 주장에 우리는 감동할까?

부산국제영화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다른 장르로 눈을 돌리면 대중의 지지를 받아 화제를 계속 제공하는 이벤트는 수없이 많다. 모두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 마치 인터넷과 호응하는 것처럼 존재감을 높이고 참가자를 늘리는 게 특징이다. 공감하는 팬과 마니아가 많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이벤트의 공통점은 ‘완전 포장’된 정보의 방류에서 탈피하려는 것이다. 관람객이 스스로 정보를 검색·수집하고 발견하는 기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질문의 강도’가 있는 콘텐츠를 갖추려고 한다. 제작자는 “정보를 준다, 준비된 맥락을 이해시킨다” 등의 발상은 전무하며, 정보의 ‘주인’이라는 의식도 아마 없을 것이다. 현장에 가지 않으면 입수할 수 없는 자극적인 정보(체험)를 얼마나 축적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보의 위상은 ‘완전 포장’이 아니고 ‘소재’이며 ‘부품’이다. 제작자가 의식하는 것은 촉발적인 소재의 제공이며, 그것을 제공받은 관람객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표현하는 구도다. 현장을 체험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압도적인 정보격차’를 입수함으로써, 정보공유의 동기부여가 일어날 수 있다. 비일상의 즐거움을 제공해준 이벤트에 공감한다. 엄청난 참가자 수와 강렬한 지지의 배후에는 대중의 욕망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이 있다. 중요 포인트는 성공한 이벤트가 모두 ‘양질의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세계박람회는 지적 엔터테인먼트로서 새로운 정보 감성을 몸에 익힌 현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해답’보다 사정거리가 긴 양질의 ‘질문’이 훨씬 가치가 있다.

■‘세계박람회 신세대’를 향한 시작

2000년 독일 하노버세계박람회의 스위스관. 목재를 교대로 쌓아 올려 벽면과 미로 같은 좁은 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단발의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의 스위스관에서는 박람회 전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설명의 개념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체험 공간을 제안했다.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스위스관은 목재를 교대로 쌓아 올려 벽면과 미로 같은 좁은 길이 있었을 뿐이었다. 주제는 신체의 음색이었다. 미로를 걷다 보면 스위스 고전 악기를 연주하는 퍼포머들을 만나고 퍼포머들끼리 만나면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다. 그뿐이다. 전시는 전혀 없었다. 미로의 산책, 우연한 만남, 그리운 음색, 스며드는 빛, 이런 비일상적인 체험이야말로 현대의 세계박람회 전시에 제격이다.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의 영국관은 더 자극적이었다.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영국관은 건물 내외부를 6만 개의 아크릴 봉이 관통하고 있었다. 전시관 내부와 외부에 아크릴 막대가 노출됐다. 밤송이와 같은 독특한 건축물이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아크릴 막대 끝에 1개씩 다른 식물의 종자가 봉입된 것이다. 멸종된 것을 포함해 6만 종의 ‘생명의 근원’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공간이 관람객을 감싸는 전시 연출이었다. 기존 개념으로는 분류와 설명도 할 수 없는 독창적인 건축물이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켰다. 예술적인 건축물의 이름은 ‘종자 대성당’이었다. 이런 시도에 중국 대중이 공감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데, 그것은 제작진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굳이 이러한 접근법으로 도전했다면, “세계박람회를 의미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심했던 것은 틀림없다. 보수적인 영국이 돌연변이처럼 첨단의 전위적인 표현을 했다는 데 필자는 전율을 느꼈다.

2005년 아이치세계박람회의 인기를 끈 공연과 전시는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 쇼 전시’, ‘거울의 반사 효과를 활용한 영상’, ‘디오라마와 3D, CG를 조합한 자연의 여행 유사체험’, ‘영상과 불꽃을 마술과 조합’한 것이었다. 줄거리도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대응하는 인류의 예지” “생태계가 붕괴된 지구로 돌아온 인간이 다시 지구를 살린다”는 전형적인 세계박람회 전시였다. 기술, 사상, 스토리 등 어떤 것이든 37년 전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와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 영국관의 문제의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여기에 제시한 새로운 시도는 그동안 조금씩 발견된 수준이다. 더구나 이것이 ‘제3세대 세계박람회’의 시작이라고 할 만한 상황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전시관은 모두 ‘강도 있는 질문’을 무기로, 예술적인 접근으로 제작된 것만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몽’이 아닌 ‘대화’라는 점이다.

■21세기 세계박람회가 해야 할 일은 미래 해설 아냐

관람객이 각자의 미래와 모두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을 알아야 있는가”를 강의하는 대신에, 관람객이 스스로 과제를 발견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양질의 강도가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를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 각자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도록 ‘촉발’해야 한다. 세계박람회의 사명은 더 이상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기술의 진보가 행복한 미래를 연다는 이야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핵심 요소는 과제해결 같은 표현과 수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강력한 의지가 발로하는 문제의식이다. 물론 세계박람회의 사명은 “대중의 계몽을 위해서 미래의 전망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국제박람회협약에 명시된 정의여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해결책을 반드시 그림으로 설명 할 필요는 없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의 스위스관과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의 영국관은 훌륭한 ‘장래의 전망’이다. 두 가지 공통점은 ‘개인적 문제의식’이 그대로 함축된 것이다. 관리들의 회의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기 때문에, 아마 토마스 헤더윅의 제안이 방해받지 않고 실현된 것으로 추측된다. 스위스관과 영국관은 모두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강한 의지가 높은 수준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에 고도의 보편성과 질문의 강도를 획득했다.

19세기 공업사회의 선도적 역할로 탄생한 세계박람회를 지탱해 온 것은 ‘생산’의 논리와 메커니즘이었다. 또한, 근대 공업사회의 3대 사상, 즉 ‘공업사회의 진보관’, ‘대중계몽에 대한 열정’, ‘주제에 의한 봉사’도 기원을 살펴보면 이런 배경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구동 원리가 예전과 같은 추진력도 없고, 대중이 다시 ‘정보만 흡수하는 스펀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각 전시관이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질문의 강도’로 승부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세계박람회가 금과옥조로 삼는 ‘주제’의 실현 가능성까지 냉철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 주제 또한, 예전처럼 기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없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등록박람회의 경우 40∼50%의 참가국이 참가하는 데만 의의를 두고 실질적으로는 주제를 반영하지 않거나 전시 및 공연 콘텐츠가 부실해 관람객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박람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부터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세계박람회가 새로운 단계, 즉 제3세대 세계박람회로 도약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쇠락’하는 것도 확실할 것이다. 우리는 ‘개인적인 문제의식’과 ‘질문의 강도’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 21세기 세계박람회는 ‘예술’의 논리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관 같은 뾰족한 전시관이 20개 늘어선 세계박람회장을 상상해보라.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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