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 레미콘→ 건설업계
- 출하·생산 ‘연쇄 셧다운’ 속출

- 경찰, 울산본부 간부 1명 구속
- 노조원 운송방해 행위 잇따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류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부산항은 임시장치장 등을 활용하면서 장치율을 70% 중후반으로 유지해 항만이 마비되는 사태는 막았지만, 반출입량이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찰과 조합원 갈등도 격화돼 부산에서만 8명이 검거됐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부산항 북항 신선대부두 화물차량 통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민철 기자

■정부-화물연대 협상 ‘평행선’

12일 정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 10시간 넘게 실무협의를 벌였고 이날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 측은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이 대표로 나섰고, 화물연대는 수석부위원장이 실무협의에 참여했으나 견해차만 확인했다. 전날 실무협의 종료 후 국토부는 “화물차주에게 적정한 운임이 보장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결국 대화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제시한 협의안에 대해 일부 지점을 열어놓고 절충점을 찾고자 했으나 국토부가 처음 안보다 후퇴한 안을 가지고 와 수시간 넘게 이어진 교섭에서 진전된 내용을 막판에 원안으로 돌렸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와 유가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됐지만,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 말 폐지된다.

■철강·시멘트 ‘출하 중단’ 우려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신항삼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 부산경찰청 제공

철강 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서 생산·출하량이 감소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포항제철은 생산한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창고에 저장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제품창고 공간 확보와 함께 긴급재 운송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셧다운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시멘트 수송 중단으로 인해 생산한 시멘트를 일시 저장하는 사일로가 시멘트 회사들마다 가득 차 파업이 계속될 경우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레미콘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체는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레미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향후 자재 부족으로 멈춰서는 건설현장도 속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오전 부산항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8%로, 전국 항만 평균치인 71.5%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884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그쳐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30% 수준으로 축소됐다.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신항과 북항 임시장치장에 공간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파업 중에도 장치율은 계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임시장치장에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조합원 부산서 6명 검거

전국 파업 현장 곳곳에서는 경찰과 조합원 간, 조합과 비조합원 간에 크고 작은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집회 현장에서 노조원 270여 명이 도로 한쪽을 완전히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화물차량 운송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노조원 6명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 2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울산경찰청은 조합원들에게 남구 석유화학단지 4문 앞 왕복 4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공단 안으로 진입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로 화물연대 울산본부 간부 1명을 구속했다.

지난 7~11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4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남부 22명, 부산 8명, 광주 1명, 울산 4명, 충남 6명, 전남 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