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현대차 부품공급 중단사태
- 시멘트 재고소진 건설업도 비명
- 경찰, 부산서 조합원 2명 체포

- 안전운임제 해법 마련 난맥상
- 국토부 “TF서 논의하자” 제안
- 입법 해결 강조해 장기화 우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8일 물류 운송 차질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산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놓고 정부와 화물연대의 의견이 엇갈려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조합원들이 부산 남구 감만부두 일원을 가두행진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산업계 전전긍긍

현대자동차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품 운송이 중단돼 생산라인 곳곳에서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 울산공장을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가면서 1·2차 협력업체의 부품 운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 공정 특성상 일시적으로라도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 라인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이번 파업으로 카캐리어 동원이 어려워지자 번호판도 달지 않은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다른 차고지로 옮기는 고육책을 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 레미콘 업계도 비상이다. 시멘트 재고 소진으로 일부 레미콘 회사들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납품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경남레미콘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지역에 공급되는 시멘트 재고가 부쩍 줄었는데 이마저도 바닥나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시멘트는 대체재도 없어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 역시 당장 9일부터 시멘트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마트와 편의점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과 오비맥주 이천·청주·광주공장 등의 제품 운송을 담당하는 일부 화물차주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소주와 맥주 물량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편의점 CU는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과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에 대한 발주를 점포당 하루 1상자씩으로 제한했고,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지난 4일부터 이 같은 조처를 취했다. 부산의 A마트 관계자는 “맥주와 소주 등은 평소 발주량의 50~60% 수준만 입고되고 있는데 파업이 이번 주를 넘기면 영업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항만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부산항 장치율은 74.5%를 기록했는데, 신항은 70%로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북항은 83%로 비상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이번 주 내 장치율이 90%를 넘길 수 있어 컨테이너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고,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항만이 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반출입량(7일 오후 4시~8일 오전 10시)은 7913TEU(반입 4255TEU, 출입 3658TEU)로, 지난달 같은 시간대 하루 평균 반출입량 3만349TEU(반입 1만3961TEU, 출입 1만6388TEU)와 비교하면 74% 급감했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과 경찰이 충돌을 빚는 사태도 벌어졌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이날 신항 인근에서 트레일러를 막아선 혐의(업무방해)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신항 정문 근처를 지나던 트레일러 2대의 진행을 막고 물병과 계란 등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신항과 감만·신선대부두에 집결해 파업을 이어갔으며, 부산신항 출입구 일부를 막아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경찰이 중재해 물리적 봉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협상은 지지부진

이번 파업의 쟁점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관해서는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의견이 엇갈린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의 제도로, 2018년 국회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당시 국회는 운송사업자와 화주 등의 반발을 의식해 3년 일몰제(2020~2022년)를 채택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폐지를 앞두고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2018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면서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분석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으나 보고 의무가 있는 정부도, 보고를 받고 보완 입법 조치를 해야 할 국회도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안전운임제 성과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달부터는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방침이었는데 화물연대가 명분 없는 파업을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날 일부 물류 현장에서 운송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국적인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 장기화가 초래할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뒤 “대화의 장은 항상 열려있으며 가급적 (파업을) 빨리 끝내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구성한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에서 화물연대와 논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어 차관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