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철(오른쪽)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허진욱 전망총괄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요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수출 둔화 가능성이 예상된 데 따른 결과다. KDI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국내외 주요 기관 중 사실상 가장 높은 4.2%로 제시했다.

KDI는 18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2.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3.0%)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KDI의 전망치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5%보다 높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3.0%보다는 낮다. 정부(3.1%)와 한국은행(3.0%)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KDI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배경과 관련해 “민간 소비 부진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주요국 금리 인상과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KD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억제돼 온 민간 소비가 향후 반등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KDI는 “우리 경제는 대외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2%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대폭 오른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정부와 OECD의 전망치는 각각 2.2%와 2.1%였다. 한은은 올해 2월 3.1%로 제시했다. 올해 4월 전망치를 수정한 IMF와 ADB는 각각 4.0%와 3.2%였다.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경기 둔화로 수출·투자 여건은 악화하는데 유가 급등 등으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KDI는 전반적으로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회복세를 제약할 위험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KDI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

KDI는 “원자재 수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장기화하거나 중국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하고 경제 기초여건이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제약되면 우리 경제의 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