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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2> 21세기의 정보 감각

정보는 주입 아닌 공유의 대상 … 엑스포도 시대흐름 읽어야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05-16 20:03:0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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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혁명 대중의식 바꿨는데
- 일방적 정보 전달 행사에 그쳐
- “비싼 돈 주고 설교만 듣고 왔다”
- 박람회 여전히 중앙집권적 행태
- 높아진 정보 욕구 충족 못 시켜

- 관람객, 설득 대상 아닌 파트너
- 주제 공감하며 정보 재생산해야
- 온라인 시대에도 지속성장 가능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세계박람회 주제관의 프로젝트 주제 영상.
■정보관의 차이

일부 반대론자가 주장하는 ‘세계박람회 불필요론’의 대부분은 “정보는 인터넷에서 수집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순식간에 세계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니 굳이 세계박람회를 관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세계박람회 쇠락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논리라면, 인터넷과 세계박람회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약육강식의 상대’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 CD가 잘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된 지금, 음악전문 사이트에서 저렴한 사용료로 팬들을 늘리고 라이브 공연과 캐릭터 상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더라도 분명한 것은 온라인 미디어와 집객형 미디어·체험형 미디어는 오히려 보완관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혁명이 진행될수록 라이브 미디어의 의미와 역할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세계박람회가 지금 이대로 세 번째 상승기류를 탈 수는 없다. 오히려 구조를 혁신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몰락할 가능성이 높다. 17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가 이벤트가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메가 이벤트로 영화를 자랑했던 세계박람회가 쇠락해버린 가장 큰 원인은 대중의 욕망과 차이가 날로 벌어지고 있고, 그 차이를 세계박람회 관련 기관과 관계자가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

미국관에서 전시 안내요원이 방문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일상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기대하며 비싼 입장권을 구매해 세계박람회를 보러 갔는데, 프로젝터 영상을 통한 ‘설명’뿐이었다. 흥미진진한 체험을 하고 싶었는데, ‘유빙 위에 남겨진 북극곰’을 소재로 설교만 들었다. 모처럼 세계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4인 가족이 1박 2일 동안 1000유로나 들였는데, “아프리카 기아 문제를 도우려면 음식물을 낭비하면 안 된다” 같은 어두운 이야기뿐이었다.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세계박람회를 현장 조사할 때 만났던 이탈리아 관람객에게서 직접 들었던 얘기다. 시대가 바뀌었고 ‘미래’가 바로 오락이 되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세계박람회는 아직도 탄생 이래의 사명을 고수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세계박람회’ ‘지구적인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 결과 관람객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오락에서 멀어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보를 만드는 발신자의 정보관이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세계박람회는 주최자인 발신자가 관람객인 수신자에게 전시와 문화행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메가 이벤트다. 수신자의 정보 감성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발신자의 의식은 20세기 그대로다.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세계박람회를 지배하는 것은 중심에서 말단에 ‘지식의 전달’을 전제로 하는 매스미디어의 메커니즘이고, “중앙의 엘리트가 말단의 대중을 계몽한다”는 중앙집권적 정보관이다. 인터넷에 의한 정보혁명은 단지 정보환경을 격변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보 감각을 크게 바꿨다. 그것은 암세포처럼 천천히 잠식해 우리들 안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세계박람회 주최자 측의 감각은, 극언한다면 20세기 그대로다. 어쩌면 이 차이가 치명적인 것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플랫폼(GAFA) 기업이 외면하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최근 20년 동안의 정보관 변화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세계박람회 오스트리아관에서 설치된 숲속 체험 코너.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것”이라는 감각이다. 매스미디어 시대의 말단에 있는 우리는 중심에서 보내는 완전히 포장된 정보를 받는 존재였다.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정보를 받을지의 선택 뿐이었다. 포장해서 전달되는 정보를 “포장된 그대로” 받는 데 저항은 없었고, 중앙에서 정보를 만드는 엘리트에 대한 신뢰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지금은 달라졌다. 중앙에서 보내는 완전히 포장된 정보를 순진하게 받아들일 만큼 순수하지도 않고, 때로는 메시지 뒤에 숨겨진 사연을 파악하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한 번 생산된 디지털화된 정보는 사라지지 않고 기록·보관된다. 정보는 언제든지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 속을 헤엄치고 있으므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건지면 된다. 이렇게 정보는 ‘선택’하는 대상에서 ‘수집’하는 대상이 됐다. 정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탐색하거나 수집하는 것이다. 해답은 중앙에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거나 모두 함께 찾아내는 것이다.

둘째, “정보란 딱딱한 것이 아니라 변형이 가능한 부드러운 것”이라는 감각이다. 매스미디어에서 보낸 정보는 견고하며, 열쇠가 잠겨 있다. 신문이든 TV든, 독자와 시청자가 콘텐츠에 손을 댈 수도 없었고, 그런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의 유통은 이 감각을 근본적으로 뒤집었다. 이제 우리들은 수집한 정보를 ‘소재’나 ‘부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스스로 요리해서 다시 사회로 돌려보낸다. 위키피디아(Wikipedia)와 나무위키에는 정보의 발신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정보에는 ‘소유자’도 없고 ‘생산자’도 없다는 기존 상식으로는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보의 ‘발신자’와 ‘수신자’라는 지금까지 정보 유통의 근간을 지탱하던 구조는 의미가 없고, “정보는 끝이 없다”는 이미지가 일반화된다. 20세기까지 정보란 딱딱한 경질체(Solid)였다. 지금은 변형이 자유로운 유동체(Liquid)다.

셋째, “정보란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교환하는 것”이라는 감각이다. 배달되는 포장 상자를 받기만 했던 시대와 달리 정보에 관한 현대의 기본 태도는 “받으면 돌려준다”는 것이다. 즉 연쇄와 교환이다. 저변에 깔린 것은 ‘지식의 공유’ ‘체험의 공유’ ‘집단지성의 기대’일 것이다. 어딘가 여행을 갈 때, 무언가를 살 때, 레스토랑을 고를 때, 우리가 참고하는 것은 고객의 리뷰나 소비자의 평가지, 여행작가나 음식 칼럼니스트의 추천문이 아니다. 소수의 전문가 판단보다 일반 이용자의 체험 정보가 더 솔직하고 도움이 된다. 배후에 있는 것은 “권력을 가진 엘리트만이 정보 발신을 허락 받아 특권적인 입장에서 대중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다. “대중의 체험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이익이고, 정의롭다”는 감각이다.

■21세기 세계박람회 역할은?

세계박람회 주최자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정보를 관람객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란 상대방도 자신의 문제로 그 정보를 인식하는 상황이다. 그러러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며 기억할 것이 아니라 “아, 알았어!”라고 이해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메시지라면 “우리의 주장을 기억하고 돌아가라”가 아니라 “지금 얘기하는 것은 우리 생각인데, 당신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르니까, 괜찮다면 같이 생각해보지 않을래요?”라고 권유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공지’나 ‘전달’이 아니라 ‘공유’와 ‘대화’다. 물론 제품 설명이나 기업의 정보 수집처럼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경우도 있다. 혹은 영화처럼 완전 패키지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형식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간 미디어의 역할이 아니다. 설명을 전달하고 싶다면 관람객에게 설명서를 배포하는 것이 좋고 ‘두 줄의 메시지’를 시연하고 싶다면 다른 미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세계박람회를 설득 대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득 대상이 아닌 함께 생각하는 ‘파트너’이며, 메시지가 아닌 함께 이야기하는 ‘화젯거리’이며, 전달이 아닌 ‘공유’다. 지향하는 “파트너와 화제를 공유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 중요한 건 그 정보가 촉매제가 돼 계속해서 정보가 재생산되는 것이다.

‘두 줄의 메시지’를 아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자신에게 가져오는 것은 무엇인지”라는 반응이 연쇄적으로, 다음의 행동에 계기가 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을 알고 있으니까 가르친다”는 접근법, 즉 “아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식 그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박람회 주최자가 해야 할 일은 관람객을 설득하는 ‘강의’가 아니다. 큰 소리로 연설하고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닫게 해야 공감을 얻는다. ‘발견’에서 ‘공감’으로, 그리고 ‘감동’으로, 그것이 이상적인 프로세스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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