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없어 대기업 투자 계획 철회도
- 내년 캠퍼스 혁신 산단 3곳 조성
- 기존 산단 구역 확대 등도 검토

부산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한 서부산 산업단지가 사실상 포화(국제신문 지난 2월 9일 자 3면 등 보도)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부산시가 도심형 산단을 대안으로 꺼내 들었다. 학령인구 감소로 유휴부지가 늘어나는 지역 대학 캠퍼스에 산단을 조성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 기존 산단의 입주 규제 완화도 포함됐다.

부산시가 대학 캠퍼스를 활용하는 도심형 산단 조성을 추진한다. 사진은 부산 지역 산단 중 유일하게 전국 평균 수출액(2500만 달러)을 넘긴 강서구 신호산단 전경.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산단 경쟁력 저조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산단은 총 36개(4180만㎡, 조성완료 27곳)로 입주업체 평균 종업원 수는 12명이다. 전국 평균(24명)의 절반 수준이다. 수출 실적 역시 신호산단(2700만 달러)을 제외하면 모두 전국 평균(2500만 달러)에 못 미친다. 산단 노후화도 심각하다. 녹산·신평·장림·신호·정관(농공단지)이 착공일 기준 20년이 지났다. 시는 노후화 대책으로 스마트 공장 확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국 대비 4.21%(1만9799개 사 중 833개 사)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산단 부지가 부족하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부진경자청)의 산단 부지는 97%가량 분양됐다. 소규모 부지가 일부 있지만, 대규모 설비가 들어설 곳이 없어 최근 몇 년 새 일부 대기업이 부진경자청 투자를 추진하다가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대학 캠퍼스가 산단으로

이날 시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부족한 산단 부지의 대안으로 대학캠퍼스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캠퍼스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 조건이 조성되어 있어 지식기반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 적합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시는 2023년 3곳, 2025년 5곳 등 캠퍼스 혁신 산단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해운대구 센텀2지구 조성 후 산단 내 공유대학 캠퍼스를 조성, 부산 울산 경남지역 대학이 참여하는 ‘광역형 공유 대학’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춘 기회발전특구(ODZ) 추진과 연계한 지역 클러스터 조성도 주요 내용이다. 북항 1·2단계, 우암부두, 감만동 제2보급창 등 항만·군시설 등이 논의되고 있다. 시는 올 하반기 부산외대 옛 캠퍼스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김윤일 경제부시장은 “기회발전특구 등을 항만, 대학 캠퍼스, 군사시설 등에 지정할 것”이라며 “역외기업,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산단 확대도 추진

부진경자청은 현재 산단 구역 확대를 위해 가덕도 인근 지역 매립과 그린벨트 완화 등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또 산단 지역 입주 규제를 푸는 방안도 추진한다. 허용 업종만 입주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제한 업종의 입주를 막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산단 입주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이다. 사행성 산업이나 환경 오염 가능성이 큰 산업을 제외하면 가능한 한 모든 업종을 산단에 입주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기영 부진경자청장은 “단순히 산단 부지를 늘리는 것보다 남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점점 융복합하는 산업 변화에 맞춰 물류·제조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우선적으로 입주할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