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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1> 디지털플랫폼 기업의 외면

디지털 속도 못 따르는 전시규정, ‘전례없던 공간’ 창출 발목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05-02 20:20:1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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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굴지의 업체들 참가 러시
- 오늘날 구글·애플 등 IT기업은
- 후원조차 않을 만큼 관심 없어

- 독립관 최소 2년 전부터 준비
- 콘텐츠 변경도 사실상 불가능
- 가혹한 속도전서 도태 불가피

- 강점이던 비일상적 공간 창출
- 생활시설 체험 공간에도 밀려
- 혁신적인 전시 기술 개발 절실

세계박람회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로 대표되는 디지털플랫폼 거대 IT기업은 엑스포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혁신적 전시기술 개발과 함께 GAFA가 세계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3세대 세계박람회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가 제3세대 엑스포로 가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2030년 부산세계(등록)박람회는 월드엑스포로, 전문엑스포인 1993년 대전·2012년 여수 세계(인정)박람회와 비교해 체급이 훨씬 높다.
엑스포는 과거 전례 없는 공간·체험 같은 비일상적인 것을 제공해 인기를 누렸다.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 GM관 퓨처라마(왼쪽). 관람객이 노먼 벨 게데스가 설계한 1960년대 미국의 도시 풍경을 묘사한 디오라마를 보고 있다.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펩시콜라관(가운데)의 월트디즈니가 기획한 ‘잇츠 스몰 월드(It’s a Small World)’.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포드관의 월트디즈니가 기획한 매직 스카이웨이(Magic Skyway).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GAFA) 엑스포 전시관 본 적 있나?

세계박람회에서 주연이 되고 싶다면 볼 만한 전시를 해야 하며, 막대한 참가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세계박람회의 위상은 전시 참가 예산에 비례하기 때문에 인기 있는 존재는 항상 경제대국과 대기업이었다. 특히 20세기에 접어들면 세계박람회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해 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이 커지면서 예산을 아끼지 않는 거대 기업이 인기를 누렸다. 예를 들면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에서 인기를 끈 기업관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웨스팅하우스 등이었다. 또한 비공식 세계박람회였던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GM관의 전시참가 예산은 당시 금액으로 1960억 원이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9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관람객 수는 1330만 명에 달했다.

1970년 오사카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세계박람회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했다. 이후 일본은 1975년 오키나와세계박람회,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 2005년 아이치세계박람회까지 연이어 성공적인 개최로 아시아에 세계박람회 붐을 일으키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한국은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했고, 중국은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를 열었다.

1970년 오사카세계박람회는 도시바 히타치 마쓰시타 산요 리코 등의 전자제품회사, 미쓰비시 스미토모 같은 재벌그룹, 후지은행 등 은행계열이 대형 기업관을 건설해 흥미를 더했다.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는 소니, 후지쓰 등 새로운 기업이 참가했다. 세계박람회의 위상을 보면 그 업종의 상황을 알 수 있다. 1992년 세비야세계박람회는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등의 가전제품회사, 알카텔 지멘스 등 통신회사, 제록스 올리베티 IBM 등 사무기기 및 컴퓨터회사가 참가했다.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 GM관.
최근에는 세계박람회 전체 관람객을 2000만 명 유치했다고 하면 그저 그렇다는 분위기인데 과거에는 단 하나의 전시관에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다. 물론 영고성쇠가 있고 시대에 따라 챔피언이 되는 업종은 달라졌다. 20세기 후반까지의 주역은 자동차산업 전자 화학 통신 컴퓨터 등이었다. 21세기 초반의 주역은 자동차산업 전자 통신 컴퓨터 등은 20세기와 동일하며 항공 금융 에너지 식품 등의 업종이 새롭게 등장했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는 다임러크라이슬러, 폭스바겐 같은 자동차회사, 지멘스, 소니 등 전자제품회사,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식품회사 등이 참가했다.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는 제너럴모터스 지멘스 반케 등 다양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기업연합관 방식으로 참가했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는 삼성 LG 롯데 현대자동차 등 재벌그룹과 포스코 등 기업이 참가했다.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는 삼성 피아트 크라이슬러 인테사산파올로(은행) 알리탈리아항공 MSC 크루즈 페로비에 델로 스타토 이탈리아노 등 항공 및 운송회사, 알기다, 페레로(식품) 등이 참가했다. 2020년 두바이세계박람회는 닛산 지멘스 마스터카드 에미레이트항공 펩시코(식음료) 로레알(화장품) UPS(물류) 등 기업이 참가했다.

그렇다면, 현재 21세기의 챔피언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로 대표되는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혁명을 선도하는 이들 거대 IT기업은 세계박람회에 전혀 관심이 없다. 기업관 출전 참가는 물론 모든 후원·협력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확실하게 표현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혁명의 추진자여서 사실적인 이벤트, 사실적인 공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터였을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의 열기나 GAFA의 혁신적인 오피스 공간을 떠올려 보라. 디지털 플랫폼의 사실적인 이벤트, 사실적인 공간에 관한 열정은 기존 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GAFA는 왜 세계박람회 무시하나?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 한국기업연합관
그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중 하나는 속도감 차이일 것이다. IT업계는 확산 속도가 생명이며, 개발부터 보급의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박람회는 그런 가혹한 속도 경쟁을 따라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전시관을 설치하려면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독립관을 건설할 경우 출전 참가 결정 개최 2~3년 전, 전시내용 확정 1~2년 전, 늦어도 6개월~1년 전에 착공해야 하며, 개최 후 전시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즉 전시콘텐츠는 1~2년 전에 기획된 것으로 정보의 변경도 여의찮아, 디지털 플랫폼의 비즈니스 감각으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환경이다.

무엇보다 제2세대 세계박람회의 경우 기업관의 전시 목적은 제품 그 자체의 프로모션이 아니라 기업 이념과 미래 비전의 소구였다. 그렇다면 디지털 플랫폼 기업도 세계박람회에서 이미지 향상을 도모하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세계박람회는 세계박람회에서만 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박람회가 그런 특별한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박람회가 제공하는 관람 체험이 ‘비일상적’인 것이라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체험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 체험은 세계박람회에서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매력이다. ‘전례가 없던 공간 및 체험’을 만들 수 있을까? 비일상의 수준이 세계박람회의 매력을 결정할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세계박람회는 비일상으로 가득했다. ‘퓨처라마’ ‘매직 스카이웨이’ ‘잇츠 스몰 월드’…. 20세기까지는 세계박람회에 강점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일상적 체험의 창출은 절망적일 정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박물관과 백화점, 미디어아트 체험관 등 생활권 내 시설이 전시관형 공간 연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데다 신종 체험 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과거 디즈니가 이룬 것과 같은 기술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공간 연출의 구상과 기술은 동시에 1985년 쓰쿠바세계박람회부터 답보 상태다. 최근의 대형 세계박람회인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의 기술 수준도 대체로 쓰쿠바 수준이었다. 세계박람회 전시관의 표현 기술은 37년 전부터 거의 발전이 없다. 거대 IT기업이 세계박람회를 거들떠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세계박람회에서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어필하려고 해도 여건이 노후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한다. 더욱이 세계박람회는 다양한 주체에 의한 잡다한 발표가 혼재하는 장소다. 자사의 세계관을 순수하게 주장하기에는 잡음이 너무 많아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거대 IT기업은 신제품을 독자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구사해 사회에 직접 투입해왔다. 세계박람회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억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퍼포먼스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과 세계박람회의 ‘정보관의 차이’와 ‘대중의 욕망과의 차이’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 이각규 회장 약력

한국지역문화이벤트연구소장, 2030부산엑스포추진단 자문위원, 저서 ‘세계박람회 기업관의 전략과 실제’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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