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시계’ 같은 스마트 워치는 없을까. 스마트 워치는 가격과 기능에 따라 디자인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무겁기도 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격식 있는 의상에 적합하지 않은 디자인을 갖춘 제품도 많다.

하이브리드 스마트 워치인 가민의 ‘비보무브 스포츠’. 아날로그 감성이 담겼다. 정옥재 기자

‘비보무브 스포츠’ 디스플레이 하단을 톡톡 치면 숨겨져 있던 시간과 건강 정보 등이 나타난다. 27일 새벽 0시 9분, 배터리 63%, 걸음 수 0, 분당 심박수 61이 표시됐다. 정옥재 기자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는 이유는 건강과 활동 정보를 축적해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지 않는 날이 잦으면 데이터 축적에 장애가 된다. 스마트 워치를 구입해 사용하면 항상 손목에 착용해야 한다. 그래야 구입 목적이 달성된다.

생활하다보면 양복을 입을 때도 많다. 그래서 캐주얼한 상황이나 격식 있는 의복을 입었을 때에도 ‘튀지 않는’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수소문했고 기자는 가민(Garmin) 코리아로부터 하이브리드 스마트 워치 ‘비보무브 스포츠(Vivomove Sport)’를 소개 받았다. 기자는 차분한 디자인, 가벼우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에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기자는 가민 코리아로부터 비보무브 스포츠를 추천받아 한 달가량 사용했다. 이 기간 정도는 써봐야 충분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고 제품이 정보를 제대로 체계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아날로그 감성’이채

비보무브 스포츠는 아이보리, 블랙, 코코아, 쿨 민트 네 가지 색상 제품으로 구성된 라인이다. 기자는 블랙을 사용했다. 이 제품 라인은 시계줄(트랩)과 몸체(바디)가 같은 색상에다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블랙 제품은 양복을 입어도 튀지 않는 컬러였고 아이보리는 편하게 착용해도 무방하다.

비보무브 스포츠는 무게가 33.8g(실리콘 시계줄 착용 시)에 불과해 착용했다는 느낌을 잊을 때도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가격은 20만 원대 초반이다. 가민 스마트워치 가운데 가장 저렴한 편이다. 가민에는 태양광 충전, 골프 전용 제품, 스쿠버 다이빙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 , 어린이용 등 수십 종의 제품군이 있고 가격도 100만 원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비보무브 스포츠는 아날로그시계처럼 시침과 분침으로 시간을 표시한다. 착용할 때에는 디지털 신호가 보이지 않다가 시계 디스플레이 하단을 두드리면 디지털 정보로 시간, 잔여 배터리 용량, 걸음 수, 심박수 및 날짜가 보인다. 이어 손가락으로 워치 디스플레이 하단을 터치하면서 오른쪽으로 넘기듯이 쓸어 내면 걸음 수, 스트레스 지수, 심박수, 분당 호흡 수(BRPM, Breath Rate Per Minute), 기온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나타난다.

스마트 워치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최대한 단순한 제품부터 사용하는 게 좋다. 스마트 워치는 기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초보자가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무작정 ‘비싸고 기능이 많은’ 제품을 구입하면 낭비가 될 수 있다. 이 제품은 초보자가 아날로그시계처럼 차고 다니다가 차츰 기능을 알아가면서 사용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방수 기능은 5 ATM이다. 5 기압 상태에서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샤워, 세면, 간단한 수영을 할 때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스쿠버 다이빙할 때에는 제품이 버티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샤워나 세수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실리콘 재질의 시계줄과 손목 사이에 물기가 들어가고 이 물기가 제품과 피부 사이에서 트러블을 일으킬 수도 있다.

○ 사용할 땐 어떻게

아날로그시계의 감성을 스마트 워치에 녹였기 때문에 위치에 따른 시간 정보와 아날로그식 시침과 분침이 현지 표준 시간에 안 맞을 때도 있다. 기기 오류이거나 작동 미숙 때문이다. 이럴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경우에는 가까운 매장을 찾아가거나 포털에서 매장 전화번호를 찾아 문의하면 매니저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삼성전자처럼 오프라인 매장이 매우 많지는 않지만 롯데백화점이나 신세계백화점에 가민 매장이 거의 입점해 있다. 가민 부산본점은 서면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있으니 백화점 접근성이 좋은 사람이 가민 제품 사용을 하면 보다 유리하다(*스마트 기기는 구입처나 AS 센터를 자주 찾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사용하면 합리적인 소비가 된다. 제품 가격에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와 AS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 제품이 시침과 분침이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지 않을 때에는 앱과 워치가 블루투스로 연결되지 않았을 경우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전용 앱인 ‘가민 커넥트’를 깔고 블루투스로 워치를 연결해야 한다. 시침과 분침을 현지 시간과 일치시키려면 앱에서 워치와 앱 간 동기화 버튼을 부르고 앱에서 ‘시곗바늘 정렬’을 찾으면 된다. ‘시곗바늘 정렬’을 통해 시침과 분침을 모두 12시(0시)에 맞추면 스마트 워치의 시침과 분침이 자동으로 표준시간으로 조정된다. 시침과 분침을 직접 맞추려고 하면 오류가 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 번 충전으로 나흘 가량 사용할 수 있다. 기자는 샤오미, 갤럭시 워치를 리뷰한 적이 있는데 이들 제품보다는 사용 시간이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몸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배터리 크기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행을 한다면 전용 충전기를 챙기는 것은 필수다. 충전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 앱 활용 땐 기능 극대화

가민 커넥트 앱에 나타난 하루의 스트레스 지수 모습. 정옥재 기자

가민 커넥트 앱에 나타난 걸음을 통한 이동 정보. GPS와 맵을 이용했고 날씨도 표시된다. 정옥재 기자

가민 커넥트 앱에 표시된 한 달 간 건강정보 그래프. 궁금한 날짜를 누르면 걸음수, 심박수, 수면시간 등이 나타난다. 정옥재 기자

이 제품은 스마트폰 전용 앱 ‘가민 커넥트’를 제대로 활용해야 합리적 이용을 할 수 있다. 가민 커넥트 앱은 이용자의 각종 건강 정보, 운동 기록 정보, 위치 정보 등을 그래프로 만들어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앱의 첫 화면에는 심박수, 바디 배터리, 스트레스, 중고강도 운동시간, 칼로리, 호흡(BPRPM) 등을 숫자와 그래프로 표시하고 최근 7일간 평균, 4주간 평균을 보여준다. 기자의 경우 BRPM은 14에서 15였다. 이는 1분에 14번에서 15번 호흡했다는 뜻이다.

또 캘린더가 있어서 해당 날짜를 누르면 보행거리, 수면시간,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 바디 배터리, 보행 시간 등을 알려준다. 챌린지 기능도 유용하다. 지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달리기(한 달간 80.5㎞)에 도전할 수도 있다. 사이클링을 할 때 챌린지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 더 스마트하게 쓰려면

스마트 워치는 단기간에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게 좋다. 이 제품 역시 운동 기능이 있고 이에 따라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한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능이지만 무리해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처음 사용할 때에는 수면 시간, 호흡 시간, 심박 수부터 점검하는 게 좋다. 수면 시간 관리가 건강 관리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초보 사용자라면 수면 체크를 가장 먼저하고 스마트 워치에 익숙해지면 운동, 걷기 등에 도전하면 된다. 하루 6000걸음을 걸으면 목표 달성이 이뤄졌다는 알림도 온다.

가민은 1989년 전기 기술자인 게리 버렐(Gary Burrell)과 민 카오(Min H. Kao)가 공동으로 설립한 GPS 기반의 IT 업체다. 두 사람은 미국 국방부에서 극비의 위성항법 기술을 담당하면서 만나게 됐다. GPS를 활용해 항공기의 콕핏(조종석) 내비게이션 장치를 올인원 디자인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GPS 기술을 응용해 웨어러블 제품까지 내놓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