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전경. 국제신문DB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방침으로 기능 축소 등이 우려되는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가 올해 10월에 일단 착공은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립이 완료돼도 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궤도 수정을 하지 않는 한 원해연의 역할은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정부와 시는 원해연 건립 공사를 오는 10월 ‘연구동’부터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접경지역에 지어지는 원해연은 ▷연구동(3600㎡) ▷사무동(3789㎡) ▷원자로 모형(Mock-up) 시험동(4500㎡) ▷방사화학 분석동(2700㎡) ▷실증 시험동(5200㎡) 등 5개 동으로 나뉜다.

방사선 관리 시설에 속하는 방사화학 분석동과 실증 시험동은 내년 2월에 착공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됐다. 5개 동의 공사가 모두 완료되는 시기는 2025년 7월이다. 산업부가 2020년 4월 설정한 완공 시기(2023년)보다 2년가량 늦춰지는 셈이다.

다만 이런 계획은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진행 중인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의 예타 결과가 ‘통과’로 나온다는 전제 하에 수립된 것이다. 이 사업은 원해연 건물에 들어가는 기자재 등을 고도화하기 위한 것으로, 산업부와 시는 예타 통과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비공개로 열린 예타 중간점검 회의에서 KISTEP 측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산업부 측도 “예타 결과는 다음 달 중순이나 말에 발표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이 예타 문턱을 넘으면 원해연 건립 사업은 우려곡절 끝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하지만 원해연이 가동되더라도 규모나 기능·역할 등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원전 확대 공약에 따라 고리 1호기 다음으로 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다수 원전이 사실상 계속 가동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대 18기 원전의 수명을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전해체 시장이 대폭 축소돼 원해연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이미 해체가 확정된 고리 1호와 월성원전 1호기에는 원해연의 역할이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고리 2호기부터는 존재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 관계자는 “국내 원전이 영원히 가동될 수는 없다”며 “수명 연장 결정에 따라 기간만 길어질뿐 해체는 해야 한다. 원해연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칫 예타 결과가 또 ‘탈락’으로 나오면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져 원해연 건립이 아예 좌초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예타는 지난해 3월 한 차례 탈락 이후 같은 해 11월부터 다시 진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