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중인 범죄 용의자의 차량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부산에 도입된다. 지난 2년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수배자 검거율이 주춤한 가운데, 차량을 이용해 골목길로 달아나는 용의자를 쉽게 추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부산시는 최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AI(인공지능)·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 모델 개발 및 실증연구’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이 사업에는 시와 부산진구·연제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정확한 사업비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약 13억 원(국비 8억 원·시비 5억 원) 정도 예상된다.

이번 공모는 ‘클라우드형 수배차량 추적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는 차번(호) 인식용과 일반 방범용으로 구분된다. 만약 용의자가 대로변으로 달아난다면 추적이 어렵지 않지만 차량 번호 식별이 되지 않는 방범 카메라가 많이 설치된 골목길을 이용해 도망간다면 동선 추적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방범용 카메라는 구·군이 관리하면서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동래구·강서구의 방범 정보만 경찰이나 소방과 공유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이 같은 단점이 있는 방범 카메라에 용의차의 번호를 자동으로 식별해 동선을 추적할 수 있는 AI 서버를 설치해, 정보 공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방범 카메라가 차번을 인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AI 서버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이 사업을 토대로 방범용 카메라 정보를 16개 구·군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향후 법무부와의 정보공유로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부산시의 방범용 카메라는 지난해 12월 기준 1만4039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부산진구에 1279개, 연제구에 713개가 있다.

부산지역 한 구·군에 설치된 방범카메라. 국제신문 DB